[4차산업혁명 시대 살아가며] 4. IT 국산화 글로벌화
[4차산업혁명 시대 살아가며] 4. IT 국산화 글로벌화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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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장비산업, 내수 다지고 글로벌 도전할 때

전통적 산업분야 제도적 지원 비해
IT분야 국산·지역업체 배려 아쉬워
기반 장비 국산화 철저히 준비해야
TV강연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AI나 로봇에 의해 미래에 없어지는 직업과 유지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진지한 토론 내용을 근래 들어 자주 접하게 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직업들을 조사해 자료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멀리 볼 것도 없이 이미 자동화된 큰 공장이나 물류 창고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있고, 주차장의 무인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사람이 관리하는 곳을 보기 어려워져 가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 계산대에도 사람 대신 무인 계산대가 늘어가고 매장의 주문도 사람대신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꽤나 익숙한 상황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편리하게 사용하면서도 일 할 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든다. 하지만 대세는 무인 시스템으로 더욱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견해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과거를 잘 살펴보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 때가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혁명 이후 사회변동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그것이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과 기계화의 결과는 운송과 생산의 혁신을 가져온다. 그 당시 우마차 또는 직접 짐을 지고 나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손으로 실을 만들어 천을 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1920년대 서울에 버스와 택시가 대중화 되면서 당시 인력거 종사자들이 직업의 위협을 느끼고 항의를 했다는 내용을 본적도 있다. 당시 세상의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었을 것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추세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대량 물류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물건이 대량 생산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며 폭발적인 수요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생산요구는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하게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산업혁명의 결과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대부분이 경험한 3차 산업혁명은 어떠한 변화를 주었을까. 배달플랫폼, 온라인쇼핑몰, 키오스크, 온라인게임, 프로게이머, 유튜버 등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과 직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IT 장비의 저렴한 가격, 대량 공급이 가능해진 결과이다. 즉 IT 산업과 기술의 혁신으로 나타나는 일들이다. 산업혁명의 가파른 변화를 잘 수용하고 빠르게 적응하면 부강해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쳐지고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다가올 기술혁신과 산업혁명을 통해 변화를 직감하고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IT 장비의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하기에는 크게 어렵지 않다. IT 장비 내수 시장의 규모와 국산화 수준 어느 정도일까. 올해 서버 시장은 3조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대비 31% 성장세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9.1 %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지속적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데이터 저장용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스위치 같은 기반 장비를 포함하면 4조원대도 훌쩍 넘는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 IT 시장은 세계 시장 규모의 대략 1% 내외로 전망하고 있으니 글로벌 시장은 수백조원대이다. 이렇게 큰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IT 기반 장비를 90% 수준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성능 고기능 장비의 경우 대부분 외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국산화에 주력하지 않는 것일까.

1989년 서버에 해당하는 주전산기 국산화를 위해 정부와 연구소, 대기업이 합심해 타이콤이라는 장비를 개발해 행정전산망, 교육전산망 등에 보급한 적이 있다. IT 장비 예산이 커지고 수입에 의존했으며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했고 국산 개발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임무이자 과제로 결정했던 것 같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10여년 정도 사용되다가 아쉽게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기억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뜻과 노력을 잊어서는 결코 안될 것 같다. 그때는 기술적 한계와 글로벌 추세가 맞지 않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큰 기술적 장벽이 없이 IT 기반 장비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시기이다. 즉 3차산업혁명 이후 IT 기반 장비들이 성능과 기능은 비교 불가할 만큼 좋아졌고 가격은 형편없이 저렴해졌다. 불과 십 수년 전 몇 백만원씩 하던 1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가 지금은 20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조차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고 용량과 기능, 성능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졌다. 과거의 증기 기관이나 기계화의 기술혁신이 지금은 컴퓨터, 통신, 데이터의 혁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IT의 주요 기반 장비로는 서버, 네트워크 스위치, 데이터 스토리지 정도이다. 요즘은 네트워크 스위치나 데이터 스토리지도 x86 이라고 하는 서버를 기반으로 만들고 있으니 핵심장비가 서버인 셈이다. x86 계열 서버는 전체 서버의 90% 정도를 차지하며 대세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과거 IBM이나 HP 같은 글로벌 벤더의 위세에 눌려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 지나갔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장비가 된 셈이다. x86 서버란 인텔계열 CPU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PC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때 우리는 PC의 개발과 생산 강대국 중 하나였다.

서버는 빠른 작업이나 대량의 작업을 하는 컴퓨터다. 안정적으로 긴 시간 작업을 목표로 설계됐다. 티켓 예매,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인터넷 뱅킹을 할 때 모든 전산 처리를 담당하는 것이 서버이다. 개인용 단말기인 PC, 핸드폰, 태블릿 등을 사용해 서비스나 작업을 요청하면 빠르고 복잡하고 많은 처리를 서버가 하는 것이다. 지금은 서버 한 대를 여러 사람, 여러 업무가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개인이나 가족단위로 서버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지금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보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IT 장비 산업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제품 개발과 생산, 그리고 PC 와 서버를 개발, 생산해 본 충분한 경험이 있다. 과거에는 중앙 정부가 이끌고 대기업이 맡아야 했던 기술과 비용의 규모였으나 지금은 지방정부와 중소기업이 해도 충분하다.

경남도는 동서로 부산에서 광주, 목포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남과 북으로 서울, 대전, 진주, 통영, 거제가 연결돼 있다. 비행기와 철도, 항만 교통이 발달해 있고, 충분한 인적 자원뿐 아니라 발전소가 있어 전력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다. 큰 도시 창원을 품고 있으며 부산과 울산광역시가 동일한 지역권에 있다. 또한 IT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진 걱정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곳이다. 여기에 빼어난 경관을 갖춘 IT 산업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한국에 실리콘 밸리를 조성한다면 IT 전문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입지를 갖춘 곳이라고 주저 없이 추천할 것이다.

국내 시장이 수 조원 대이고, 글로벌 시장이 수 백조원 대이며, 지금까지 빠른 성장과 앞으로 더욱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 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장비를 국산화해 수입대체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뜻을 합하고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산화 개발과 생산은 기술축적과 인력양성을 필요로 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업체나 기관 혼자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국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 지역 제조사에 대한 가치 인정과 상생의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오래되고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지역과 국산 업체에 대한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고 수요처와 공급사가 생태계를 잘 이루고 있다. 하지만 유독 IT 분야에 대해서는 지역업체나 국산 업체에 대한 배려가 많은 부분이 아쉽게 여겨진다. 지역에서 성공해야 내수 시장을 넘보는 것이고, 내수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과 경험을 쌓아야 글로벌 시장의 도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성능과 기능이 동일하다면 국산장비, 지역업체 우선 구매 △우수한 제품이라고 판정되면 지역 내 수요처를 파악하여 적극적 판로 만들어 주기 △조금 부족하지만 국산화가 필요한 분야라면, 조건부 판로 열어주기 △독특한 기술이 있다고 판단되면 육성해 주기 △지역공공 기관에서 먼저 사용사례 만들어 주고, 성공적 도입 사례는 적극 확산하기 △지역에서 인정된 기술과 제품을 국내 시장으로 확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전략 등이다.

IT 장비산업에서 우리의 롤모델은 대만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미 매출 수십조의 회사는 여러 개 있고, 수백억~수천억 대의 제조사는 수백 개 이상이다. 미국의 수준은 넘보기 어렵고 일본 또한 수준과 경험에서 우리를 한참 앞질러 가고 있다. IT 기술은 여러 분야가 있고 아무리 발달해도 서버, 스토리지, 스위치와 같은 기반 장비는 있어야 한다. IT 장비 종속국이 되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불길한 확신이 든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입보다 수출에 주력해야 잘 살 수 있는 나라이다. 천연자원 보다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우수한 나라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최적의 분야가 IT산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만정 가야데이터 대표이사



 
국내 서버시장은 2022년 3조3761억원(non-X86서버 2518억원+유닉스서버 3조1243억원)에서 3년 뒤인 2026년 4조원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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