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의 책읽는 하루] 미하엘 엔데 作 ‘모모’
[유수연의 책읽는 하루] 미하엘 엔데 作 ‘모모’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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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1초를 바쁘게 살면 행복할까?

‘시간은 금이다’에 길들여진 우리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잊고 살아
이야기 잘 들어주는 ‘모모’ 통해
천천히 삶을 즐기는 지혜 강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집니다.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초로 한번 환산해 볼까요. 1분이 60초, 1시간은 3600초, 하루는 8만 6400초, 1년은 3153만 6000초, 80년은 25억 2288만초가 됩니다. 우리의 인생은 0초에서 시작해 대략 25억 2000만 초라는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초 단위로 나타내보니 인생의 길이가 길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1분 1초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릴 적부터 시간은 금이고, 미래를 위해 그 소중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자라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역시 학창 시절 등교하는 그 시간이 아까워 영어 단어장을 손에 쥐며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애썼고, 성인이 된 지금도 하루 24시간을 10분 단위로 관리하며 시간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걸어가는 산책길에 들을 수 있는 새소리와 화단에 피어있는 꽃들조차 보지 못하고, 집에서는 아이의 미소에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행복하지 않고, 바쁘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배우자가 저에게 ‘모모’라는 책을 권해 주었습니다.

이 책에는 빽빽한 소나무 숲속 무너진 작은 원형극장 안에 살고 있는 ‘모모’라는 고아 소녀가 등장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모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집도 수리해 주며 모모를 돌보아 줍니다. 그러다 어느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모네 집에 자주 방문하기 시작합니다. 왜 사람들은 고아 소녀인 모모에게 이렇게 모여들어 함께 하고 있을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모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입니다. 그게 무슨 특별한 재주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모모는 진정으로 귀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었고, 모모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 누구나 문제가 있으면 모모에게 가서 이야기를 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 돌아가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모모가 사는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들이닥치게 됩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1분 1초라도 아끼라고 설득합니다. “시간은 귀중한 것, 잃어버리지 말라! 시간은 돈과 같다. 그러니 절약하라!”

이발소에서 근무하는 푸지 씨에게는 찾아오는 손님 한 명당 이발하는 데 30분씩 걸렸다면서 잡담을 하지 말고 15분으로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로원에 어머니를 보내 보살피는 시간을 줄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앵무새는 버리고, 노래하고 책을 읽고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등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껴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 많은 돈을 버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것으로 믿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회색 집단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연명하는 허상의 집단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들과 약속을 하자마자 그저 매일매일 시간에 쫓기며, 돈만 벌고, 자신들이 그동안 소중히 가꿔오던 관계를 단절해 버리고 맙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비싼 것을 사고 비싼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습니다.

자신들이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오롯이 아이들 뿐이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며 아이들과 함께 노는 대신 값비싼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지만, 아이들은 그저 외롭고 쓸쓸해져 가기만 합니다.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 구애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모모는 최대의 적이었습니다. 회색 신사들은 모모를 잡기로 결심했고 추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을 창조하는 호라 박사와 카시오페이라는 거북 덕분에 회색 신사를 따돌리게 되고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에 살고 있는 호라 박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시간의 의미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게 된 모모는 마을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사이 원형극장은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모모에게 고민을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모두 시간을 쪼개 일을 하느라 다 사라졌고, 늘 모모 곁에 모여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며 놀던 아이들은 쓸모 있고 유능한 사회의 일원으로 교육하려는 사회 시설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제 ‘얼마나 재미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유익한가’만이 중요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책 속의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마치 우리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저 역시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핑계하에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책 속의 모모는 천천히 삶을 즐기며,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아이와 눈 마주치며 웃는 그 순간, 땀을 흘리며 운동하던 그 순간, 서로 귀 기울이며 가족,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책 속에는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들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목표를 이루는데 사용하는 시간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 어쩌면우리는 막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진정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순간 한순간의 과정을 즐기며 목표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꿈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풍부한 사람이 가득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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