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세계인의 축제, 진주 랜턴 페스티벌
[경일칼럼]세계인의 축제, 진주 랜턴 페스티벌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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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원장)
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원장


우리집은 유등 축제 기간 동안 또 하나의 작은 행사장이 된다. 문화교류 매칭 앱을 통해 전세계에서 찾아온 젊은 외국인 여행객이 차례로 우리집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1주차에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온 3명의 여행객이 숙박을 했고, 그 중 한 명과 우리 가족은 올해 축제 개막식을 함께 관람했다. 2주차에는 스페인 여행객의 친동생과 캐나다에서 온 커플, 한국에서 일하는 원어민교사 총 4명이 방문하기로 했다. 그들은 숙박비를 내는 대신, 진심을 다해 경청하고 대화하며, 배우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다. 프랑스에서 온 토마스는 아이들과 축구를 했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벤자민은 우리 가족을 위해 오스트리아 요리를 만들었고, 함께 즐겼다.

또 아이들과 나는 무료외국어학습 앱을 통해서 프랑스 사람이 방문하기 전에는 프랑스어를, 스페인 사람이 방문하기 전에는 스페인어를 미리 공부하고 서로 연습했다. 영어를 알아야만 다른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음을 깨닫고, 실제 외국인 여행객과의 서툴지만 생생한 현장 영어를 본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외국인 여행객을 맞이한 후부터 나는 그들을 위해 교통, 숙박, 음식, 관광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영어로 된 설명을 준비해야 했다. 현지인으로서 여행객에게 다방면의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편안함 속에 많은 문화를 경험하고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행사장에서 ‘하모’ 캐릭터를 보고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여행객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더욱 인상깊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유등 축제의 유래를 포함해 내 고향 진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찾아보고 공부해야만 했다. 문화 콘텐츠가 곧 경제인 시대에 문화도시 진주에서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마련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유등 축제 외에도 다양한 코스를 발굴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직접 준비한 코스 중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한의원에서 침, 뜸, 부항, 추나, 한약 등 현대한의학 치료를 경험하는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침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해 오지만, 종주국에서의 현지 치료는 일반 관광으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감기에 걸렸던 스페인 출신 리아는 향이 마음에 든다면서 외국인이라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한약을 잘 들이켰다.

그동안 이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여행객들을 여러 번 대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한 비용은 아직도 유럽 행 비행기 티켓 1장보다 적다. 그에 비해서 나는 외국어 공부와 회화연습을 할 수 있었고, 의료관광사업을 연습할 수 있었으며, 자녀에게 넓은 시야를 선물할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려 서로 분열되고 단절된 사회에서는 휴머니즘을 실현하기 어렵다. 이웃을 향한 작은 도움의 손길조차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눈 앞의 이해관계만 따져 도움이 필요한 상대를 돕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맺어진 소중한 인연은 모두 기회가 될 수 있고, 그 기회는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소소하지만 꾸준하고 확실한 행복인 인연의 기회는 경시하며 걷어차고 내 가족, 아니 나의 만족만 추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단합된 한국인과 함께할 세계 시민과의 진정성 있는 연결은 전쟁의 시대로부터 평화를 지켜낼 생존의 몸부림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연결고리가 되는 문화는 산업과 경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연결을 위한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들은 유등축제를 랜턴 페스티벌이라고 부른다. 검색창에 랜턴페스티벌을 검색하면 아직은 외국축제들로 먼저 연결된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정상 개최된 유등축제는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기업과 행정의 아낌없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돈과 관료제의 흔적보다는 세계시민들이 자발적인 인류애를 실현하기 좋은 글로벌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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