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시 읽는 계절
[천왕봉] 시 읽는 계절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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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지나 입동(立冬)을 바라보고 있다. 남녘에도 산과 들이 온통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지리산, 가야산 등 경남의 명산들이 가을의 중심에 이르러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구르몽의 ‘낙엽 밟는 소리’가 시절을 알린다. 시가 읽히는 계절이다.

▶얼마전 작고하신 김동길 박사는 시를 무척 좋아했다. 언제 어디서든 즉석에서 300수 정도는 암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저서 ‘내 마음의 시 100편’은 사후에 더욱 많이 읽히는 책으로 유명하다. 삶 자체가 한 편의 시와 같았던 고인은 시에서 삶의 목표를 찾고 시심으로 인생을 즐기고 자신을 가다듬으며 죽음조차 가치있게 승화시킨 시적 몸짓으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얼마전 한 일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송하는 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시였으며 명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김춘수의 ‘꽃’과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윤동주의 서시가 꼽혔다고 한다.

▶시는 ‘자신이 섬광인줄 모르고 사는 인생들을 깨우치는’ 지혜의 글이다. 심연(心淵) 깊숙한 곳의 순수와 지성, 감성, 그리고 서정을 퍼올려 오늘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은 어려울 때마다 ‘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 두쪽으로 깨어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바위, 유치환)’라는 시를 외며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요즘 정치인들에게 이 시와 서시를 한번 쯤 음미해 보길 권한다. 시에는 사는 도리가 승화된 언어로 녹아 있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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