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칼럼]별천지 걸으며 행복 만끽하는 10월 축제
[열린칼럼]별천지 걸으며 행복 만끽하는 10월 축제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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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학교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학교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10월은 ‘찬 이슬이 맺힌다’라는 지난 8일의 한로(寒露)에 이어 ‘본격적으로 서리가 내린다’라고 알려진 23일의 상강(霜降)을 지나면서 늦가을로 접어드는 달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거쳐 11월의 6일을 끝으로 가을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고 11월 7일 입동(立冬)부터는 겨울이 시작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이제 세계인들은 더는 ‘코로나19’로 인한 위축된 삶을 받아들이지 않고 어차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싫든, 좋든 바이러스와 싸우지 않고 그냥 함께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비록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 해도 생사(生死)를 건 싸움에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드는데 만만한 상대가 어디 있겠는가?

초가을에 접어들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작된 지역축제는 10월 들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전국 각지의 온 국민이 모두 축제의 대열에 합류하여 그동안 위축되었던 가슴을 펴고 각양각색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중이다.

코스모스·메밀꽃 축제를 비롯해 구절초, 들국화 핀 들녘을 거닐고 마치 불타듯 붉은빛을 자랑하는 설악산, 북한산, 내장산, 지리산, 한라산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은 가족·친지들과 어울려 줄지어, 떼지어 단풍 물드는 시기에 따라 이동하면서 자연이 베푸는 향연(饗宴)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 17일, 제주도 제주시에서 열린 ‘용암 해수, 산업을 만나다’라는 주제의 ‘용암 해수 혁신포럼’에 참가해 주제 발표를 한 뒤 이튿날 아침, 한라산을 찾아 영실(靈室)-윗세오름 코스를 오르니 그곳은 그야말로, 빼곡하게 들어선 숲속 나무들의 노란 잎, 빨간 단풍이 바람에 흔들리고 병풍처럼 둘러서서 위용을 자랑하며 신비감을 자아내는 병풍바위, 맑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어우러진 ‘한라산 가을 축제’ 현장이었다.

영실은 오백 나한이 빙 둘러서서 미소 짓고 있는 데다 공룡·곰·사자 등 온갖 형상을 연출하는 기암괴석들이, 등산로를 줄지어 오르면서 넋을 잃고 바라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오름길이 끝나고 평평한 능선을 걷노라니 너른 평원이 펼쳐지며 한라봉처럼 보이는 백록담 바위가 흰 구름 사이로 우뚝 솟아 위용을 자랑한다.

자연이 베푸는 향연에서 한라산은 땀 흘리며 올라온 축제 참가자들에게 맛있는 술 대신 졸졸 흐르는 노루샘 샘물로 목을 축일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금, 창녕 화왕산 용지 동천의 너른 평원에서는 억새의 향연이 한창이고 합천 황매산 평원의 억새풀은 그저 풀이 아니라 꽃보다 더 고운 꽃의 자태를 뽐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청량한 가을 정취를 자아낸다.

지난 22일, 지리산에 올라 능선길을 걸으니 평균 고도 해발 1500m의 능선길 좌우로 늘어선 형형색색의 가을꽃들이 연출하는 풍경은 가히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도대체 이렇듯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계속 끝까지 걸으면 어떤 세상에 도달할 것인가가 궁금해질 정도이다.

아마도 이태백 선생이 읊은 대로 그곳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즉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꽃길 중간중간에 단풍나무 숲길을 지나는데 빨간 단풍잎 우거진 산길을 걷노라니 ‘붉게 물든 단풍이 2월 꽃보다 더 곱다’라고 노래한 중국 당나라 말기의 낭만시인 두목(杜牧, 803-852)의 ‘산행(山行)’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멀리 가을 산, 비탈진 바위길 오르나니/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수레 멈추고 늦가을 단풍을 즐기노라니/붉게 물든 단풍이 이월 꽃보다 더 붉네/(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원상한산석경사 백운생처유인가 정거좌애풍림만 상엽홍어이월화)

10월은 전국의 방방곡곡에서 가을 축제가 열리고 지역축제 이외에도 온 산야에 자연의 가을 축제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때이라서 힐링과 재충전을 통해 온 가족들이 행복감을 만끽하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 하겠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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