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경일춘추]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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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설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정은설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모든 것을 헤맨 마음 보내 드려요/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 가사를 듣다보면 사랑에 대한 나의 시각의 변화와 서정의 다양한 관점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아름다운 음률에 저런 구시대적 유치한 가사라니…. 서정성을 가장한 여성 비하 남성주의 폭력성을 내포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저 그런…, 아저씨 술주정 같은 가사가 가을마다 전국에 퍼지는 것이 사뭇 못 마땅했다.

이 가사는 시인 고은이 1970년에 술자리에서 즉석에서 가수의 오빠에게 써 준 노랫말이라고 한다. 그 글은 여러 가수의 목소리로 해마다 가을이면 어디서나 듣는 노래가 되었다. 고은이라면, 그의 말로는 성추행이라는 곱지 못한 일이 장식을 하면서 얼룩졌지만 그의 인생이 그게 다는 아님을 안다.

하지만 성폭력이 무엇이냐, 상대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그 대상은 외롭게 보이거나 무언가를 갈망하는 여자, 처음 만나 환타지를 가질 수 있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내 편지를 받아라. 누구라도 나의 그대가 되어라.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글과 노래는 듣는 사람의 마음이다. 대학시절 잘 생긴 외모에 인기 많았던 한 남학생이 내 친구를 좋아해서 손 편지를 전한 일이 있었는데 정작 내 친구는 굉장히 기분 나빠하며 그 편지를 찢어 버렸다. 누구나 다 부러울 상황이였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받는 이런 편지는 폭력이라고 했다. 보편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친구의 그런 행동은 오랫동안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사랑과 관심이란 시그널로 자신의 삶을 침범하는 여러 사건들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고, 사랑이란 명분으로 스토킹을 하고, 가스라이팅으로 자신도 모를게 조정 당하는 약한 마음을 공략한 세상의 수많은 범죄들 말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사회적 묵인으로 개인의 삶을 서서히 파괴하는 악질 범죄들이다. 자신이 고백하거나 관심을 주면 좋아 할 거라는 착각 ,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득 담은 가을 편지는 페이스북 혼자 보기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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