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6]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6]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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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와 축제
지난 스무이틀(22일) 국립진주박물관 앞마당에서는 두 해 동안 열지 못했던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놀배움 마당을 펼쳤습니다. ‘토박이말 노래 자랑’ 곁들여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잘 마쳤습니다. 온 나라 곳곳에서 여러 이름의 잔치가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잔치’라는 말보다는 ‘축제’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는 게 참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축제’라는 말을 좀 덜 쓰고 ‘잔치’라는 토박이말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잔치’보다는 ‘축제’라는 말이 더 크게 느껴지고 ‘축제’보다 ‘페스티벌’이라는 말은 왠지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모이는 더 큰 행사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렇게 느끼도록 가르치고 배웠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잔치’라는 말이 ‘기분 좋은 일이나 기쁜 일이 있을 때 먹거리를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라는 바탕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 말은 얼마든지 여러 가지 넓이로 쓸 수 있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따로 차리지 않고 밥과 반찬만으로 차린 작은 잔치는 밥잔치가 되고 태어난 날이 돌아온 것을 함께 기뻐하면 ‘돌잔치’가 됩니다. 같은 집안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집안 잔치’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잔치는 ‘마을 잔치’입니다. 고장에서 열리면 고장 잔치고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하는 잔치면 ‘나라 잔치’가 되는 것이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모여 즐기면 ‘벚꽃잔치’요 살사리꽃이 예쁘게 많이 핀 것을 보며 즐기는 잔치는 ‘살사리꽃 잔치’라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저희 토박이말바라기와 뜻을 함께하는 곳들 가운데 한 곳인 여주에 있는 ‘늘푸른자연학교’에서는 해마다 ‘너나들이 큰잔치’라는 좋은 이름을 붙인 잔치를 여는 데 그런 좋은 이름의 잔치도 있답니다.

‘잔치’라는 말이 처음부터 적은 사람이 모인 행사라는 뜻이 아니고, 우리가 그런 작은 행사에만 ‘잔치’라는 말을 쓰다 보니 그렇게 느끼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앞에 어떤 말이 놓이는가에 따라서 뜻의 넓이가 달라지니까요. 꼭 좀 더 큰 행사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면 앞에 ‘큰’을 붙여서 ‘큰잔치’라고 해도 좋고 그 앞에 ‘한마당’이란 말을 쓰면 좀 더 큰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토박이말 뜻을 자꾸 좁히고 가두지 말고 바탕 뜻을 살려 자주 쓰면서 때에 따라 새로운 뜻도 더하고 넓혀서 쓴다면 더 많은 토박이말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더욱 가까워질 거라 믿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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