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9)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9)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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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세계축제 어워드에 빛나는 진주 유등 뜨다(2)
세계축제로 열리는 올해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축하하는 뜻에서 지난 번에 경남시인협회 발간한 ‘유등이 흐르는 전설’(2010년 11월) 사화집 소개를 시작했다.

그때의 사화집 머리말을 되새겨 본다. “축제 기간 동안에 오늘 우리에게 축제란 무엇인가?(발표 김열규 교수)라는 주제로 진주산업대(지금은 통합 경상국립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어 야간에 베풀어지는 등축제 현장을 찾아 시인들은 유등과 고정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어둠과 빛의 조화와 긴장을 맛보았습니다. 어떤 시인들은 현장에서 즉흥시를 쓰기도 했고 어떤 시인들은 돌아가는 차중에서 쓰기도 했고 또 어떤 시인들은 귀가하여 서재에서 조용히 반추하며 시상을 다듬었습니다.이제 그 시편들이 모여져서 이룩된 사화집이 발간되고 나면 그 속에 있는 작품들 중에서 선별되고 선별된 그것이 내년도 유등축제 때 시와 등이 함께 하는 ‘시의 자리’에 전시될 것입니다. 등만 가지고도 심오한 의미와 이미지에 젖게 되는데 거기다 시인들의 시가 등에 업히면 ‘시의 거리’는 환상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강희근)

필자가 거기 낸 시는 ‘유등축제 1 유래’였다.

“유등은 한 줄의 말이다/ 성 안에 있던 군사들이/ 왜군과 이빨을 걸던 군사들이/ 바깥에 있는 백성들에게 긴급히 타전해 보낸 한 줄/ 안부다// 밤은 길고/ 물은 흐르고/ 적은 물러가지 않았다/ 무엇으로 아군의 펄럭이는 사기를 밖으로 드러내 보일까/ 유등은 한 줄의 혈서다/ 등으로 켜어 물에다 띄우는/ 전선의 붉은 마음/ 깃발이다// 유등이 흐르면서/ 밤은 짧고/ 적은 흔들렸다// 새벽이 물을 거슬러 오르고/ 한 줄의 말은/ 전장에서 단칼로 비유의 몸, 다 이루었다// 날이 밝았다”

이 시는 유등의 유래를 시로 풀어낸 것이다. 초기 유등축제에서 내세운 유래는 첫째 진주성 전투에서 성 안에 있던 군사들이 성 밖에 살던 백성에게 안부로 보낸 의미라는 것이고 둘째는 수많은 등으로 아군의 위력을 선보여 적의 사기를 꺾는 데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의 의도를 ‘한 줄 안부’와 ‘아군의 사기 충천’으로 요약한 것이다.

필자의 ‘유등 축제 2’는 시가 두 줄이다. “그가 가 닿은 곳이 기록이다/ 그는 해마다 시월에 이봉달이를 보고 웃는다”이다.

그가 유등이다. 유등이 가 닿은 곳을 기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므로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 이봉달(이봉주 선수의 아명)이를 보고 웃는 것이 유등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실로 유등은 해마다 달려서 굽이 굽이 흘러 이봉주의 끈기를 이겨내고 보기 좋게 끝까지 완주한다는 폐활량의 장사라 할 수 있겠다는 의미이다.

다음 시는 창원의 성선경 시인이 쓴 ‘흐르는 불’이다. 그는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중견시인이다.

“어둠은 내게 등 기대고/ 나는 어둠에 등 기대고// 깜박 깜박// 그래 너 거기 있구나/ 그래 나 여기 있다// 깜박 깜박// 네가 천 길 우물을 판다면/ 나는 천길 두레박을 내릴게// 깜박 깜박/ 아주 가려운 등 서로 긁어주며/ 깜박/ 깜박”

이 시는 어둠과 내가 서로 등을 기대며 깜박거리고 있다. 등이 깜박거리는 것인데 나와 어둠이 깜박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재미 있다. 어둠 네가 천길 우물을 판다면 나는 그 우물에 두레박을 내릴 거라는 상상의 언어들이 매우 환상으로 어울리고 있다. 시를 참 멋지고 재미 있게 쓰고 있다. 유등이라는 공간이 이런 환상을 만들어내는 시인을 불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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