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5]자장꽃차문화연구원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5]자장꽃차문화연구원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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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그 시간을 담아낸 꽃차, 풀 한포기와도 함께 살아가기
 
적채를 썰고 있는 서석림 원장

 

]◇자연친화적인 공간 ‘자장꽃차문화연구원’

진주에서 사천읍 두량5리 추동마을까지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렸다. 마을회관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표지판이 알려준 대로 50m 정도 올라가자 ‘자장꽃차문화연구원’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버섯 지붕과 황토벽이 야트막한 야산과 무척 잘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인 집이었다. 연구원 입구 왼쪽에 조성해 놓은 체험장에는 금화규, 맨드라미, 마리골드, 천일홍, 황하 코스모스 등 많은 꽃이 피어 있었다. 꽃을 헤집고 들어가자 바닥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꽃만 자라는 꽃밭인 줄 알았는데 잡초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꽃들이 인위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피어 있는 게 아니라 자유분방하게 제 마음대로 피어 있었다. 인위적이기보다 자연스러운 멋이 풍기는 정원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히키치 부부가 쓴 ‘정원 잡초와 사귀는 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잡초는 모든 토양을 개량할 수 있다. 토양 개량은 원예식물이나 채소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풀이 자라나 땅을 치유해 나간다. 잡초는 흙과도 공생하지만 잡초끼리도 공생하고, 벌레와도 공생한다. 잡초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견디면서 다른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마련해 주고 일구어 주면서 초록 지구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존재다. 일생을 다하면 잎, 줄기, 뿌리가 자연 퇴비가 되어 흙속의 미생물을 활성화시켜 뭇 생명의 터전을 마련해 준다’고 한 히키치의 말이 생각났다.

제 몸을 미물들에게 뜯김으로써 먹이사슬의 맨 밑에서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해 주는 것이 잡초다. 참으로 거룩한 존재다. 모든 초본식물의 시원(始原)은 잡초였다. 그런데 인간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개량, 보존되어 곡식도 되고 화초가 되어 인간의 목숨과 품격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로 거듭 탄생한 것이 잡초다.

금화규꽃을 채취하고 있는 체험자들
◇적채차와 금화규 꽃차 만들기 체험

그런 잡초를 꽃과 함께 소중히 키우고 있는 ‘자장꽃차문화연구원’ 원장은 생태적 가치관을 가지고서 꽃을 가꾸고, 꽃차를 만드는 분일 것이란 기대를 하고 연구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화규처럼 밝고 환한 모습으로 필자를 반겨주는 서석림 원장을 따라 꽃차 체험실로 갔다. 적채차 만들기 체험활동을 하기 위해 8명의 체험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체험실 벽면에는 여러 가지 꽃차를 담아놓은 크고 작은 꽃병들이 모여 하나의 큰 꽃송이로 피어있는 것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원장님을 비롯한 체험생들은 매우 능숙한 솜씨로 적양배추 채썰기를 했다. 손목이 아파져 올 무렵 도우미 선생님께서 새참으로 아마란스 차와 해바라기 씨로 만든 클런치크레카를 가져오셨다. 유리잔에다 따른 선홍색 아마란스 차는 빛깔이 예술이었다. 꽃차를 만드는 과정이나 꽃차를 마시는 일은 모두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도 채썰기는 계속되었다. 채썰기가 끝난 다음엔 썬 적채를 소금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건조한 후에 덖음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루 만에 전 과정을 다할 수가 없어 물기를 건조하는 과정까지만 하고 덖음과 구증구포는 다음에 하기로 했다. 전통 방식인 구증구포는 식물이 지닌 독성을 제거하고 약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이면서 꽃이나 잎의 원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다. 구증구포가 끝난 적채는 비로소 차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매우 힘겹고 까다로우며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새로운 생명을 가진 차로 완성된다. 그래서 꽃차는 마음과 정성으로 만들고 차에서 우러난 색과 향, 그리고 맛 또한 마음으로 음미해야 진정한 차 맛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꽃차 만들기 체험활동에 참가한 체험자들
적채 썰기와 씻기 과정을 마친 뒤, 서 원장께서는 요즘 꽃차의 대세로 꼽히는 금화규 꽃차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체험실 옆 2000평이나 되는 ‘자장꽃차체험장’으로 체험생들을 인솔했다. 흰색에 가까운 옅은 노란빛를 띤 금화규 꽃은 정말 아름다웠다. 한 포기에 200송이나 핀다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자세히 금화규를 보니 줄기 윗부분엔 온통 꽃망울들로 가득 맺혀 있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오므린 뒤 스스로 일생을 다한다는 말을 듣고 금화규의 꽃말인 ‘아름다운 순간’처럼 비록 짧은 삶이지만 자신이 사는 동안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화양연화였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금화규의 뿌리는 관절에 좋고, 콜라겐 덩어리인 금화규로 담은 술로 스킨을 만들어 바르면 여성 피부에도 아주 좋으며, 잎과 꽃은 차와 청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한해살이인 금화규는 자신의 모든 걸 인간에게 줌으로써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품격 높은 삶을 살다가는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참으로 나온 아마란스꽃차
◇꽃차에 우러난 인생의 향기

서 원장은 금화규 꽃을 채취해 와서는 꽃차 만드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활짝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채취하여 봉오리를 싸고 있는 얇은 막과 꽃받침을 제거한 뒤, 실온에 5시간 두면 꽃봉오리가 벌어지는데 그때 꽃술을 가위로 자른 뒤 다시 금화규꽃을 한지를 깐 전기 팬에서 수분을 나리면서 말린다. 덖은 꽃을 구증구포한 뒤 보관하는 순서로 금화규 꽃차 만들기가 끝이 난다고 설명하는 원장님의 표정에서 꽃차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하나의 꽃차가 완성되기까지 이토록 힘든 공정을 거쳐야 함을 알고 나서는 체험실에 전시해 놓은 꽃차들이 예사롭게 보이질 않았다.

하루 동안 꽃차 만들기 체험을 마친 필자는 꽃차를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서 원장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 하나를 일구고 계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태초엔 잡초였을 화초를 품격 높은 꽃차로 탄생시켜 차 애호가들에게 차의 향기와 빛깔, 그리고 은은한 맛을 건네어 많은 사람에게 삶의 향기를 품게 하는 서석림 원장의 정성과 사랑, 열정을 느낀 시간이었다. 꽃차라는 이름으로 핀 한 사람의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듬뿍 담아온 하루였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자장꽃차문화연구원 전경
체험관에 전시해 놓은 꽃차
구증구포한 다양한 꽃차들
다양한 꽃이 피어있는 꽃차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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