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국화
[천왕봉]국화
  • 경남일보
  • 승인 2022.10.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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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어느덧 늦가을이다. 늦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국화’라고 답한다. 국화는 지금 들판에도, 마을 앞 어귀에도, 길가에도, 집 앞마당에도, 심지어 집 안 거실과 방안에도 피어 있다. 그런 탓에 경남은 물론 전국 곳곳에 피어 있는 국화를 쉽게 볼 수 있다. 국화의 계절인 만큼 곳곳에서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화를 바라보면 꽃 자태가 화려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천박하지도 않다.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자태가 너무나 단아하다. 고운 자태다. 내뿜고 있는 향기 역시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다. 그윽하고 은은한 향이다. 마음을 청량하게 하고, 안정시키는 향기다. 온갖 세파에 찌든 우리를 힐링하는 자태와 향이다.

▶국화는 새벽 찬서리에도, 한낮 따가운 햇살에도 굴하지도 않고, 흐트려짐도 없이 다소곳하게 서 있다. 스스로 자신을 자랑하거나, 잘난 체도 하지 않는다. 자신을 스스로 낮추고 있다. 그렇다고 비굴하지도 않다. 주변에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베풀기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며 기품 있게 서 있는 모습이 누가 봐도 군자의 풍모다. 그래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했다.

▶물가, 금리, 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으로 서민들의 삶이 힘들다. 모든 꽃들이 다 지고 난 다음 늦가을에 고고하게 피어 있는 국화는 팍팍하고 고된 우리의 삶에 위안을 주고 있다. 모진 풍파를 굳건하게 이겨낸 국화 처럼 모두가 지금의 힘든 삶을 극복했으면 한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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