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여성칼럼]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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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이태원 참사로 모두 마음이 무겁다. 국가 애도 기간을 가지며 슬픔을 나누고 있지만 슬픔의 크기가 쉽게 작아질 것 같지 않다. 죽음, 죽음의 공포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목격한 사람도, 희생자와 생존자의 가족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심한 충격 속에 고통으로 절규하고 있다. 모두가 슬픔과 고통을 희생자에 대한 애도로 함께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고통받고 있다. 죽음의 공포와 불안을 직접 경험한 사람도 간접 경험한 사람도 이 충격과 고통의 시간이 꽤 길 것 같다. 희생자 한 명, 한 명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과 슬픔은 더 커진다. 그런데 간혹 희생자를 대하는 태도에 불쾌감이 올라온다. 그곳에 간 이유를 두고 희생자를 탓하고 비난하거나, 희생자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전시하듯 게시하거나, 희생자와 생존자를 조롱하는 의견과 댓글을 달거나, 국가적 애도와 기간을 두고 자격을 논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불쾌감이 더해진다.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안타까움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너무나 안타깝고 걱정되는 마음에 왜 갔을까를 부르짖고, 희생자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 출발 마음 그대로를 표현하면 된다. “나는 죽음이 무섭고 공포스럽다, 희생자들은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웠을까? 그래서 희생자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프다”라고. “나는 이제 무서워서 저런 곳에 못가겠다”라고 ‘나’를 표현해주길 바란다.

사고의 희생자나 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탓하고 비난하는 문화는 종식되어야 한다. 사고 희생자의 가족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고 생존자들, 그리고 범죄 피해자들은 그때의 상황과 비슷하거나 그때 상황을 연상하게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때 사건을 재경험하게 된다. 악몽으로 재경험하기도 하고 소리, 온도, 날씨, 옷차림,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나 심리 상태로 재경험하기도 하고, 당시를 연상시키는 사람으로 인해 재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재경험과 생각을 줄이기 위해 인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스스로 책망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보내며 고통스러워 한다.

이들의 고통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은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올바른 태도이다. 희생자와 피해자를 탓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사고 희생자를 두고 그곳엘 왜 갔냐고 탓하지 않고, 데이트폭력 피해자와 스토킹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그런 사람을 왜 사귀었냐고, 왜 그런 사람과 결혼했냐고 탓하지 않고, 온라인 그루밍 피해자에게 채팅을 왜 했냐고 탓하지 않고, 성 착취 피해자에게 왜 그랬냐고 탓하지 않는 것이 희생자와 생존자, 피해자와 가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이다.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사고 예방에도 범죄 근절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범죄 발생률을 높인다. 어차피 피해자를 탓하니 가해 행위는 용이 할 뿐이다. 또한 범죄 피해를 입고도 피해자들이 신고하거나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가 없다.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 속에서 어떻게 피해자가 도움 요청을 할 수 있겠는가?

사고 희생자와 범죄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문화가 스스로 자책하고 후회하는 생각을 바꾸게 하고, 견뎌내고 버텨내고 있는 사람에게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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