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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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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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산청 함양 거창사건과 문학(1)
지난 10월 27일에 거창군 신원면 거창사건 희생자 추모공원에서는 거창사건 제71주년 희생자 추모제를 지냈다. 이날 1000여명의 추모객들이 모여 6·25 공간에서 뜻하지 않게 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719명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폐일언하고 아직 이 사건은 명예회복은 되었지만 국가 배상이라는 법적 절차가 남아있어 뜻있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그때가 언제인데, 기막힌 사안이 아닌가 한다.

6·25공간의 지리산 발치에서 일어난 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은 한때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나는 거창양민학살사건(1951년 2월 9일-11일)이고 다른 하나는 산청함양양민학살사건(1951년 2월 7일)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거창사건은 일찍 노출되어 국중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산청함양사건은 수면 하로 들어가 1960년 4·19가 나면서 전국 신문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두 사건은 사실 따로 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동일부대, 동일작전, 동일권역의 사건임이 밝혀졌고 마침내 1995년 12월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통과됨으로써 ‘거창등’ 속에 산청함양이 턱걸이로 들어가 양 지역에 추모공원이 생기고 기념사업을 각기 펼쳐오고 있다.

사실 ‘거창사건’ 등은 11사단 9연대 3대대의 ‘작전명령 5호, 일명 견벽청야’ 발동으로 산청, 함양(양군 705명 희생), 거창(719명 희생) 순으로 학살이 이루어졌지만 거창의 경우 당시 신중목 의원의 목숨을 건 발군의 활동으로 전국적 사건 이해로 이어졌었다. 산청 함양사건 유족회에서는 오늘 11월 4일 사건 발발 71주년 추모제를 열게 된다.

필자는 2021년 9월 3일 경상국립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제3회 ‘산청 함양 거창사건 학술대회’에서 ‘문학 등에 표현된 산청 함양 거창사건’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소설 2권, 시집 2권 그리고 자서전 2권을 대상으로 연구 발표했다.

소설 2권은 김원일의 장편 ‘겨울 골짜기’와 정재원의 자전 장편 ‘운명 이야기’이다. 앞 소설은 거창사건, 뒷 자전 장편은 산청 함양사건을 다루었다.

김원일의 초판은 1993년 이른 봄 민음사에서 발간되었고 그로부터 11년 후 2004년 2월에는 출판사를 ‘이룸’으로 바꾸어 중간하게 되었다. 필자는 초판도 읽었고 이제 다시 정본을 읽었다. 원고지 매수도 초간엔 2500매였고 중간에는 1800매로 줄였다고 중간 서문에서 밝혔다. 여러 곁가지를 쳐내고 오탈자 가려내는 작업이니 부분 개작이라 하겠다. 필자는 눈에 얼른 들어오는 대목은 신원초등학교 교실에 수용된 면민들을 밤 늦게까지 감시한 뒤에 일부 장교 등이 여인들을 불러내는 대목이 빠져 나갔음을 확인했다.

필자는 서울 삼성병원 장례식장에 문상 갔다가 그곳에서 김원일 작가를 만나 첫인사를 하고 대뜸 “겨울 골짜기에서 어떤 장교 대목이 작품에서 사라졌는데 혹 밖으로부터의 외압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빙그레 웃으며 “외압은 아닙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작가의 초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70년대 말 중앙일보에서 ‘민족의 증언’을 장기 기획특집으로 연재할 때 ‘거창사건’을 당시 관련자의 증언 중심으로 다루기도 했지만 82년 부산일보가 기획특집 르포로 ‘임시수도 천일’을 연재할 때 ‘거창사건편’이 나에게 결정적인 용기를 주었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을 청산한 터여서 거창군 신원면을 현지 답사했고 그해 가을부터 올 2월까지 작품에만 매달렸다. 51년 그 당시 막 출산한 아기 덕분으로 천재일우 살아난 한 가족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만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상상력이 구속당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줄이면서 나는 소설의 뼈대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삼아 엮기로 했다. 그래 8할쯤은 픽션이고 2할쯤은 논픽션에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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