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석류나무에 비는 염원
[경일춘추]석류나무에 비는 염원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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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시선(sysun)파트너즈)
김미경 시선(sysun)파트너즈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어느 날, 동생이 몸이 좋지 않다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엘 갔다. 하지만 병원에서 병명이 곧바로 나오지 않아 며칠 동안 입원해서 검사를 해야 했다. 그렇게 긴장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청천벽력 같은 난소암 4기 판정이 나왔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동생부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어머니(사돈 어르신)에게 병명을 알리고 일산 암센터에 수술예약을 했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 자영업자가 힘들었을 때 동생 역시 고정비 지출 중 보험료를 줄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연락을 받았던 보험사관계자가 동생을 설득해서 지금까지 내온 보험료와 계속 내야 하는 보험료, 보장 금액 등 사돈어르신의 건강 여건상 실손 의료비 가입을 못 한 경우를 고려해 중간 중간에 보상금액을 업그레이드 했었다고 한다.

만약 나쁜 상황이 생기면 자식으로 부담해야 할 몫은 매월 나가는 몇 만 원이 아닌 몇 천만 원이 될 수도 있어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은 환자의 직접적인 치료비 외에 간접치료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환자의 입원 생활비, 건강식, 병간호 비용, 환자와 보호가 동행할 경우 숙박비와 교통비 그리고 부양가족들의 생활비와 각종 공과금까지.

사돈 어르신은 무사히 수술을 잘 마치셨다. 수술 후 동생은 사돈 어르신의 기분전환을 위해서 평소에 자주 가는 산사에 들렀다. 유쾌한 스님께서 덕담을 해 주시니 처음에 어색해 하셨던 어르신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셨다. 스님께서 석류나무를 한그루 심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생 부부 역시 어머니를 위해 기념수를 심어 어르신의 쾌유를 빌고 싶다고 했다. 그 후 석류나무는 절 마당에 심겨졌다.

동생도 사돈 어르신을 모시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오가며 항암치료를 계속했다. 어르신은 항암 3차까지는 운동도 잘 하시고 음식도 제때 드시는 등 걱정 없이 치료가 잘 됐지만. 4차 이후 치료 부작용이 생기면서 힘들어하셨다. 동생은 사돈 어르신을 위해 산사와 병원을 오가며 쾌유를 빌었다. 동시에 석류나무에게도 물을 주는 등 정성을 다하며 안녕을 함께 빌었다. 무사히 어르신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마지막 외래를 위해 병원을 들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항암 9차까지 치료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3개월 후에 봬요”라고 하셨다. 다소 안정된 마음으로 진료실 문을 나오는데 마침 그때 스님께서 전화를 해주셨다. “보살님, 석류가 빨갛게 잘 익었습니다. 어머님 모시고 얼른 오이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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