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문화지체의 흔적 찾기
[경일춘추]문화지체의 흔적 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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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인공지능산업컨설턴트)
안종훈 인공지능산업컨설턴트


21세기 디지털 기술 문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전례 없는 편리함을 제공해 주지만, 그로 인해 현대인의 문화지체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만큼 현대인들의 정신적 성숙은 더디고 문화적 의식 수준 역시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가기보다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은 인간의 주체성을 위협하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존재론적 정체성마저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2021년 기구 창설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국가지위 변경을 가결했다. 대한민국이 국민총생산 (GDP) 규모 9위로 선진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1년 전 출판된 ‘눈 떠 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에서 컴퓨터 공학자 박태웅은 이렇게 지적했다. “선진국이 되기까지 지독하게 달려왔다. 바람처럼 내달린 몸이 뒤쫓아 오는 영혼을 기다려줄 때다. 해결해야 할 ‘문화지체’들이 언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고장 난 한국사회를 위해 셰익스피어가 필요한 때?” 라는 표현으로 인문학적 정신과 태도의 성숙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지체란 사전적 의미로 ‘가치관, 종교, 규범 따위의 비물질문화의 변화 속도가 기술을 포함한 물질문명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지체에는 정신적인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만큼 우리의 가치관이나 사회제도 등 정신적 비물질적 요소들은 아직 그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변화와 발전, 성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2022년 현재, 선진국의 시선에 맞추어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전반에 걸쳐 문화지체의 흔적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국가 사회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지 현미경을 들이대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발전의 어느 단계까지는 질보다는 양적 성장이 우선시 된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다면 GDP수치만을 내세워선 안 된다. 특히 내부적으로 후진국의 고장 난 사회시스템이 있다면 하루 빨리 재정비해 선진국으로서의 제도적 믿음을 공고히 쌓아 나가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사회 복지에 대한 신뢰야 말로 선진국 사회 지표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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