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씨앗과 나무] 개비자나무
[박재현의 씨앗과 나무] 개비자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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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넘치는 이 나무, 섭섭한 그 이름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정문에 있는 개비자나무. 나란히 심어진 대나무와 엉켜있는 모습이다.


비자나무가 우뚝 선 어른 나무인 교목이라면, 개비자나무는 아이같이 작은 나무인 관목이지요. 개비자나무는 비자나무의 아들이나 딸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말인 것 같아요. 나무의 키나 크기를 보면 말이죠.

개비자나무는 상록침엽수로 높이가 3m 정도까지 자랍니다. 잎이 삐죽하니 작고 양쪽이 뾰족해요. 잎의 앞면은 높색, 뒷면에는 하얀색 줄이 선명하게 두 줄 나 있습니다. 하얀 부분이 서리태가 낀 것 같아요. 암수가 딴 그루인 나무 입니다. 열매가 붉은색이며 타원형으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죠.

개비자나무는 한반도 특산종으로 중남부 산골짜기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계곡이 있는 곳에 많이 자생하고 있어요. 추위와 공해에 강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음지에서도 잘 자랍니다. 개비자나무는 먹은 음식물이 잘 소화되지 않고 뭉친 증상을 이르는 ‘식적’을 치료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잎에서 추출할 수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은 림프 육종, 식도암, 폐암 등의 치료에 사용하고요. 종기나 악창, 옴, 버짐, 무릎이 아픈 데에도 잘 듣는다고 합니다. 또 개비자나무는 무릎과 다리가 아픈 것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니 옛부터 사랑받아 온 나무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목재는 기구재로 쓰이고, 종자는 기름을 채취해 식용하거나 등유용으로 사용합니다. 붉게 읽은 열매는 맥주 한잔 할 때 안주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생긴 모양이 올리브나무 열매와도 비슷하게 생겼지요. 약용, 식용, 목재로 아기자기한 쓸모가 넘치는 나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비자나무와 비자나무는 잎의 모양이 비슷한데요. 이걸 구별하는 방법은, 이파리를 손바닥에 펴서 잎의 끝부분을 눌러 보았을 때 딱딱하여 찌르는 감이 있으면 비자나무고요. 반대로 찌르지 않고 부드러우면 개비자나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전나무 이파리는 끝부분이 찌르는 느낌으로 아플 정도고요. 구상나무는 끝부분이 부드러워 간지러울 정도지요. 개비자나무는 비자나무에 비해 잎의 길이가 길어요. 개비자나무 열매를 벗겨보면 그 속에 씨앗이 나오는데요. 꼭 아몬드처럼 생겼어요. 열매는 먹어보면 달달한 게 먹을 만한데요, 속 씨앗은 소나무향기가 나요. 그러나 꽉 씹어보면 강한 솔향에 너무 쓰지요. 각종 식물 열매 등으로 효소를 만드는 것처럼 이것도 설탕에 버무려 효소를 만들기도 해요.

개비자나무는 한국특산종으로 열매는 토향비라고 해요. 해독하는 작용이 있고요. 뱀이나 개에 물렸을 때도 사용하죠. 처음엔 초록색인데, 나중 익으면 붉게 되죠. 이 빨간 열매를 구워 먹으면 강장제로도 효능이 있어요. 개비자나무 열매는 비자나무 열매처럼 약으로도, 먹거리로도, 기름을 짜는 데도 쓰는데요. 그 쓰임새가 비자나무만 못해서 ‘개’자를 붙였다고 하네요. 이렇게나 쓸모가 많은데도 살짝 억울하겠네요. 개비자나무의 꽃말은 ‘소중, 사랑스러운 미소’인데요. 진한 노랑색으로 피는 꽃은 작고 몽골몽골 오롯오롯하죠. 아무래도 열매가 귀엽고 어여뻐 그런 꽃말이 붙었지 않나 싶어요.

제가 쓴 시에 ‘나무의 눈물’이 있어요. 창에 떨어진 나무의 눈물은 지워지지 않아요. 커다란 소나무나 비자나무에서 떨어지는 진액인데요. 개비자나무를 꺾으면 한참 후에 진이 나오죠. 나무의 눈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개비자나무 암꽃, 수꽃, 열매 모습.

 

밤새 나무 밑에 세워둔
차창에 점점이 굳은 혈흔
나무들은 무엇이 그리도 애달팠기에
밤새
이토록 진한 눈물을 남겼을까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눈물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정문에 있는 개비자나무. 삼원조경건설 박병화씨의 기증으로 2012년 개교 100주년 기념관 준공기념 식수로 심었다.
좀비자나무라 불리는 개비자나무〔Cephalotaxus harringtonia (Knight) K. Koch.〕는 측백나무과(Cupressaceae) 개비자나무속(Cephalotaxus Sieb. et Zucc.)인데요. 개비자나무와 눈개비자나무가 있어요. 정원수로 키우기도 하는데요. 개비자나무가 많은 곳은 열매가 떨어져 퍼져나갑니다. 제가 실험하는 숲에는 개비자나무가 참 많은데요. 열매를 만나기 어렵죠. 신경 써 보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열매가 달릴 정도로 큰 나무가 없기도 하겠거니와 열매를 달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다음에 조사가면 꼭 열매를 찾아봐야겠어요. 그 귀여운 열매가 잘 익은 것을 맛봐야겠어요. 제주도에 있는 개비자나무에 달린 열매는 많이 보았는데요. 하나 따서 냄새를 맡아보니 솔향이 좋더군요.

스페인을 여행할 때 올리브나무에서 검붉게 익은 올리브를 맛보았는데요. 어찌나 쓰던지요. 초록색일 때 따서 먹을 것으로 만들고 남은 것들은 그렇게 익게 한다던데요. 그건 너무 써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올리브의 순수한 맛은 어떨까 궁금해 씹어봤다가 그 쓴맛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지요. 딱 그렇게 달리는 개비자나무는 달달하다고 하니 꼭 맛을 봐야겠어요.

얼마 전, 제주도 비자나무림을 걸었어요.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초록색 열매가 매달려 있을 거로 생각했죠. 개비자나무 열매도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몇 개가 땅에 떨어져 있더군요. 초록색 열매가 덜 익은 올리브 열매를 닮았거든요. 크기도 비슷하고요. 초록색 과육을 손톱으로 꾹 눌러봤어요. 레몬 향이 나더군요. 싱그럽고 시원한 향기였어요. 기분 좋은 향기였죠. 비자나무나 개비자나무 열매의 향기가 레몬 향을 이렇게나 닮았나 싶더군요. 테르펜 성분이 많아 삼림욕을 즐기게 해주는 것도 모자라 레몬향까지. 참 좋은 나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비자나무는 잎의 뒷면에 하얀색 두 줄 무늬가 선명해 비슷한 나무와 구별하기 좋다.

※식물을 모방한 태양전지용 유리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장비연구부 연구진은 나노 유리 표면에 파라핀을 코팅해 오염 물질을 튕겨내고 빛 반사를 줄이는 태양전지용 유기를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원리는 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거지요. 연잎은 물에 젖지 않잖아요. 그런 코팅 작용을 이용한 거죠. 그러니 풀 나무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면 그런 영감을 받을 수 없죠. 꾸준히 관찰하고 궁금증을 가져야 해요. 그 끝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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