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최강지 경상오페라단·경상극단M 예술감독
[문화초대석] 최강지 경상오페라단·경상극단M 예술감독
  • 백지영
  • 승인 2022.11.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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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 오페라?’ 갸웃하던 지역민, 이젠 참맛 알죠”

6년 전 진주 터 잡은 민간 오페라단…전국서도 ‘내로라’
‘처사 남명’ 등 지역기반 작품 ‘심혈’…“다음은 진주대첩”

11일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 앙코르 무대…경남문예회관


지난 2016년 진주지역 외곽에 민간 오페라단이 하나 만들어졌다. 진주 외곽을 본사로 한 ㈔경상오페라단 창단 소식에 당시만 해도 적지 않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역 기반 오페라단은 진주와 서부경남을 넘어 국내 오페라계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경상오페라단을 이끄는 최강지(49) 예술감독을 지난 9일 진주시 금산면 경상오페라센터에서 만났다.

진주와 ㈔경상오페라단의 인연은 지난 2014년 최 감독이 경상국립대 교수로 임용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주로 오기 전 서울에서 앙상블과 공연장을 운영하며 활발하게 오페라 공연을 선보였어요. 임용과 함께 진주로 터를 옮긴 뒤 2년 가까이는 기존 서울 활동을 이어갔지만 한계를 느꼈습니다.”

서울형 사회적 기업이었던 기존 앙상블을 ㈔경상오페라단으로 법인화해 본사를 진주로 이전하고, 전용 공연장도 마련했다. 쉽지 않은 도전에 가족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역 내 잠재적 향유층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만큼 지역 기반으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에는 ‘진주에서 오페라를 하다니’라는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았다”며 “신기한 마음에 공연장을 찾았던 지역민들이 생소했던 오페라의 ‘참 맛’을 느끼면서 이제는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주는 든든한 팬이 됐다”고 했다.

잘 버틸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되려 지역 내 경쟁 업체가 없던 상황 덕에 서부경남의 독점적인 오페라단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서울에서는 한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진주, 경남에서 많은 자양분을 얻으면서 오페라계에서는 누구나 알고 회자하는 오페라단으로 큰 것 같다. 대학 역시 흔들리지 않고 공연을 펼치게 해주는 버팀목이다”고 밝혔다.

이어 “주로 국가의 문화예술 공모사업을 수주해서 공연에 나서고 기업 후원 무대에 서기도 한다”며 “1년에 30회 이상 전국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다 보니, 오페라계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활발히 공연하는 민간 오페라단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기반 시설이 부족했던 서부경남은 ㈔경상오페라단을 쉼 없이 달리게 만드는 일종의 개척지였다.

특히 신경을 쏟고 있는 부분은 창작 오페라 ‘처사 남명’과 오페라 마당극 ‘말뚝이 가라사대’ 등 지역 기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서양 오페라나 기존 창작극도 좋지만, 우리만의 소재로 창작 작품을 만드는 게 큰 책무라고 여겼다.

지난여름 예술의전당 공모에서 ‘처사 남명’이 지역 우수 창작 작품 4편 중 하나로 선정됐던 것 역시 지역 기반 작품에 깊은 공을 들인 결과다.

최 감독은 “2018년 경남도 지원으로 작품을 제작한 이후 민간 차원에서 사업화하고 점차 작품 완성도를 높이면서 예술의전당 무대까지 밟았다”며 “국내 민간 오페라 사상 최초”라고 했다.

다음 작품으로 구상 중인 소재는 진주대첩 1·2차 전투다. 제작비만 확보된다면 실제 진주성을 배경으로 싸움을 재연하는 실경 무대를 마련하고, 영화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영화 같은 오페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진주대첩은 그 이야기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 국내외에 진주를 알리기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며 “예술의 가치는 대중에게 공감과 유대감을 엮어내는 데 있다고 보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민족적 동질감을 소재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최 감독의 바람은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지정된 진주지역에 연기·미술·음악·오케스트라·성악 모두가 총망라된 장르인 오페라를 정착시키는 한편, 풀뿌리 순수 예술 소공연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최근 진주 금산에 클래식 전용 공연장과 무용 극장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인 경상오페라센터를 개관하고, 오페라가 아닌 연극을 선보이는 경상극단M까지 꾸린 것도 소공연 활성화에 대한 신념 때문에다.

얼마 전 센터에서 개최한 연극 페스티벌이 유료 좌석 전석 매진되는 모습을 보며, 지역 내 공연을 갈구하는 향유층이 충분하다는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그는 지금처럼 문화계 공모가 몰린 연말이면 잠도 못 자며 제안서를 50개 가까이 쓰곤 한다.

최 감독은 “공모를 따내면 최소 수십 명이 공연할 기회가 생기고 공연을 향유할 사람도 수백 명 생기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이 더 커진다”며 “좋은 작품 계속 선보일 수 있도록 시민들과 지자체도 계속 관심 두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경상오페라단은 11일 오후 7시 30분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오페레타(춤과 연기를 곁들인 가볍고 유쾌한 음악극) ‘메리 위도우(유쾌한 미망인)’ 공연에 나선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도내 최초로 참가해 선보였던 공연의 앙코르 무대다. 전석 선착순 초대. 문의 010-3968-6208, 055-761-0916.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9일 진주시 금산면 경상오페라센터에서 최강지 예술감독이 인터뷰가 끝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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