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하얀 풍산개’
[천왕봉]‘하얀 풍산개’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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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태국의 어느 왕은 얄미운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곧잘 하사했다. 흰 코끼리는 희귀한데다 고대 불교국가들에서 신성하게 여겼기에 겉으론 귀한 선물이었다. 싯다르타를 낳은 마야부인의 태몽 동물이기에 영물로 여겼던 것. 이 때문에 하사받은 흰 코끼리에게 함부로하지 못하고 막대한 경비로 떠받들어 모시듯해야 했다.

▶이 설화가 서양으로 건너가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는 용어가 되었다. 돈만 들고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를 이르는 말이었는데 차츰 비용이 많이 드는 취미 또는 호사(豪奢)를 뜻하는 말로도 확장되었다. 깔고 앉는 방석도 왕의 하사품이라면 방 안 높은 곳에 모셔두기만 하던 왕국의 신하들에게 하얀 코끼리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금주 들어 뜻밖에 두세 마리 하얀 풍산개가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의 풍산개는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권력자 김정은에게서 받아온 선물이다. 그걸 손수 키우겠다며 5월 양산 사저로 데리고 간 문 전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못 키우겠다’며 나라에 반납했다는 얘기가 사람들 입질에 왁자하게 오르내린 거다.

▶한쪽에선 월 250만원의 양육비를 주기로 한 정부가 안 주고 있으니 반납하는 게 맞다고 한다. 다른 한쪽은 좋아서 데려가놓고 사료값마저 나랏돈 달라느냐는 투다. 이에 어떤 이가 평하길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했다.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조롱이다. 또 다른 이는 “야비한 언론플레이로 전직 대통령을 욕뵈느냐”고 분개한다. 풍산개가 우리네 하얀 코끼리가 된 걸까.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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