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천상의 커튼 오로라
[과학칼럼]천상의 커튼 오로라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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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지구의 북극권과 남극권 지역에서는 날씨가 맑은 날 밤이면 하늘에 마치 녹색의 커튼이 드리워져 바람에 흩날리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천문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태양계 행성에서 극지방 가까이에서만 ‘오로라’가 나타난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 자기장과 태양풍 때문이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은 전기를 띤 대전입자인데, 이 입자들은 지구 가까이에 오면 대부분 지구 자기장 밖으로 흩어지지만, 그 중 일부가 밴 앨런대에 붙잡혀서 북극과 남극으로 모여 상층 대기와 충돌하면서 방전을 일으키는 것이 ‘오로라’이다. 이 때문에 ‘오로라’는 틱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약한 폭발이 일어나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 핀란드 알토 대학 연구진이 밝혔다. 지구 대기권의 가장 상층에 있는 열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대류권의 기상 현상인 구름에 가려지면 볼 수 없다.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많이 나타나므로 이를 ‘극광’이라고도 부른다. ‘오로라’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의 새벽과 햇살의 여신 이름 아우로라에서 나왔다. 북반구에서 일어나는 경우 Aurora Borealis 또는 Northern Lights로 부르며, 우리말로는 북극광이라고 부른다. 또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경우 라틴어로 ‘남쪽의’라는 뜻을 지닌 Aurora Australis로 부른다.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에 ‘천상의 커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오로라’가 약하게 나타날 때에는 사람의 맨눈으로 관찰하기엔 어렵지만 사진으로는 비교적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예전의 감광 사진들에서는 주로 장노출로 촬영한 연속된 수천 장의 사진들을 이어서 동영상화 시켰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동영상 촬영으로도 그 장관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오로라’가 대규모로 발생하면 서브스톰(Substorm)이라 불리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주로 녹색 ‘오로라’만 보이지만 드문 확률로 빨간색, 파란색, 흰색 같은 다채로운 ‘오로라’도 간간이 목격되기도 한다. 지구만이 아니라 자기장이 강하게 존재하는 다른 태양계 행성인 토성과 목성의 극지방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된다. 하지만 화성에는 대기는 옅게 있지만 자기장이 없어 ‘오로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구자기장에서 전하는 자기장과 수직한 방향으로 휘므로 태양풍의 양전하는 지구의 서쪽으로, 음전하는 지구의 동쪽으로 휘어서 지구 뒤쪽으로 흘러나가며, 자기장과 입사각이 평행한 위도 60~70도 정도에서는 그대로 입사하거나 지면 쪽으로 휘게 되면서 ‘오로라’로 나타나므로 자기장이 입사각이 지면과 수직인 북극과 남극에서는 오히려 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오로라’가 주로 나타나는 곳이 지자기 위도상으로 65~70도 정도의 범위이다. 북극권의 경우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러시아 북부, 스코틀랜드 일부 지역, 미국 알래스카나 캐나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남극권에서는 남아메리카 남부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지역에서 잘 보인다.

‘오로라’는 태양 흑점의 활성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11년을 주기로 발생량이 많아졌다 적어졌다를 반복한다. 흑점의 폭발이 아주 크게 일어나면 그만큼 강한 플레어가 많이 발생하고 지구에 붙잡히는 대전입자도 매우 많아져,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지역이 극지방뿐만 아니라 중위도 남쪽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드물지만 오로라가 나타날 일도 있을 수 있다. 1770년에 전 세계적으로 9일 동안 오로라가 발생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날짜의 승정원일기에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려서 측우기로 측정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당시 날씨 때문에 ‘오로라’ 현상을 관찰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당시 전 세계적인 ‘오로라’ 관찰 현상은 아주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를 뒤덮고 있었을 것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오로라’로 추정되는 기록은 수백차례 정도가 조사된다.

지금 필자는 ‘오로라’와 빙하동굴을 촬영하기 위하여 16일간의 일정으로 아이슬란드를 여행 중이다. 이곳도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영향으로 빙하가 지난 100년간 녹아내린 양보다 최근 몇 년간 녹아내린 양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이후 일주일을 계속 비가오고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빙하동굴 생성이 지연되는 등 기상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는 한 겨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한 달 이상 빨리 겨울 기상현상이 닥친 것이다. 필자가 원래 계획하였던 ‘오로라’ 관측과 빙하동굴 촬영은 물 건너 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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