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세대 차이(世代差異)(2)
[경일칼럼]세대 차이(世代差異)(2)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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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땅에는 낙엽 남기고 하늘에는 뭉게구름 남기고 가을은 간다는 말도 없이 홀연히 떠나간다. 우리가 가을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고 시샘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원래 좋아하는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여행을 가도 식사를 해도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 가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간다. ‘가을’하면 국화, 코스모스, 억새, 단풍, 최백호 등 상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아지기도 하지만 쓸쓸함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함께 엄습해 온다. 이게 가을의 정취다. 가을은 저만치 가고 겨울은 요만치 오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마치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집단 사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세대는 한 인간이 태어나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될 때까지의 기간으로 대략 30년 정도를 한 세대라고 지칭한다. 한 세대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부모와 그 자식의 나이 차이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세대 차이는 서로 다른 세대 간의 감정이나 가치관 차이를 말한다. 신세대와 구세대의 가치관이나 이념 차이, 부모와 자녀 간의 인식 차이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문화적 차이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부터다. 세대 차이는 어쩌면 태고부터의 화두였는지도 모른다. 2500년 전에 살았던 소크라테스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고, 맹자 역시 젊은 남녀들이 담장 너머로 서로 엿보는 것을 개탄하며 젊은 세대의 조급함과 버릇없음을 탓했다니 노년과 청년의 인식 차이는 어느 시대나 사회적 문제였던 것 같다. 세대 차이는 사회 구조의 차이를 잘 반영한다. 사회 변화 속도가 역동적인 나라일수록 세대 갈등이 심한 것이 일반적이다. 정보화는 세대 차이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특히 인터넷 발달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커지면서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소통의 도구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새로운 기기의 발명이 꼭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역기능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세대 차이는 제일 먼저 신조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사전에도 없고 국적도 없는 줄임말, 한글과 외국어로 조합된 은어 등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가 통용하는 은어를 해독하기 어렵다. MZ세대는 목소리 대면조차 거부하고 문자를 통한 비대면 소통에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부모와의 대화도 목소리가 없는 카카오톡으로 간단명료하게 한다. 또한 요즈음 청소년들은 장문 읽기를 싫어 한다. 비선행적 읽기 시대에 긴 글을 읽는 참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긴 글을 읽는데 투자할 시간에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맹자는 젊은 남녀들이 담장 너머로 서로 엿보는 것을 왜 개탄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니고 남녀간의 지극히 자연 현상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맹자 시대의 시대상을 말해 주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에게 종종 말할 때 “우리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라고 말을 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세대 간 이해가 어떤 벽에 부딪혀서 잘 통하지 않고 답답한 심정으로 말한 것이지만 그런데 세대 차이는 또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신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신세대에게 기성세대가 말한 것을 또 되풀이하게 된다. 우리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이러한 현상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세대 차이는 지속 될 수 밖에 없는 영원한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세대 차이는 좁히고 소통의 통로를 넓히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기성세대는 추석 제사도 지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왜 거기 갔느냐고 꾸짖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먼저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야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기성세대도 젊었을때 그러한 것에 호기심이 발동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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