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세 살 버릇 여든까지, 아는 만큼 안전하다
[의정칼럼]세 살 버릇 여든까지, 아는 만큼 안전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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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경남도의원
정재욱 경남도의원


지난 10월 29일 밤 10시 15분경,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대한민국은 눈물바다가 됐다.

당시 이태원에는 핼러윈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해밀톤 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밀리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 사고는 299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대한민국에서의 최대 인명 사고이며, 특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로는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이러한 압사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에선 사건 발생 배경을 분석하고 책임자를 문책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주최·주관이 없는 행사에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안전사고란 주의를 소홀히해 사람과 재산에 피해를 끼치는 사고를 일컫는 것으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안전사고 유형은 무수히 많다.

때문에 이를 모두 대비해 법제화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국민들로 하여금 해당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말이다. 최근 일어난 대형사건들을 살펴보면 학생들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중대재해법 시행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심화됐음에도 사건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말 실효성 있는 국가적 보완책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 일반시민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한 것이었다. 수많은 교육과 캠페인으로 인식 개선엔 큰 성과로 보일 순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 배운 탓인지 익숙하지 못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필자 또한 이러한 위급 상황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터라 “내가 만약 저기에 있었다면?”이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학습이란 이런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좌우를 살피고 오른손을 들고 건너야 하며 파란불이 깜빡거릴 땐 서둘러 건너면 안전하다는 것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 이유는 혼자 다니기 시작한 시기인 초등학교 입학 무렵,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귀가 닳도록 교육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단정 지어 주는 속담이 아닐까 싶다.

초중등 교육 과정에 ‘안전’ 분야를 습득 할 수 있는 교과 과목을 신설해 한 달에 한 시간이라도 배정해 소방서 대원의 현실감 있는 수업으로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치 상황을 수시 체험하고 다양한 사건사고 사례를 접해, 유사 시 대처하는 방법을 생활화해 안전사고의 인지 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스카이’ 대학에 진학하는 자식을 상상하며 국·영·수만을 주입하려는 지금, 꽃다운 나이에 안전사고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다면 그 따위 지식이 무슨 소용일까?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본능적으로 대비하고 유사 시 응급처치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곧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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