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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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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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산청 함양 거창사건과 문학(2)
‘산청 함양 거창 양민 학살’ 중 ‘산청 함양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에는 정재원(유족회 이사장)의 ‘운명 이야기’가 있다. 그는 여덟살 때 사건(1951년 2월 7일)의 두 번째 장소인 방곡리 학살 현장에서 총 세 발을 맞고 살아난 아이였다. 한 발은 배를 가로질러 갔고, 또 한 발은 허벅지를 뚫었고 마지막 한 발은 발바닥에 와 박혔다. 피를 낭자히 흘리면서도 살아났다.

그는 1주일이나 지난 뒤 사촌 누나와 더불어 큰아버지의 바지게에 실려 20리길 함양군 수동에 있는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아 천신만고 끝에 살아났다. 의사는 “다리를 잘라야겠다” 하고 큰 아버지는 “야는 부모도 없고 주변도 없는 천애고아인데 다리까지 자르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병신이 되어도 좋으니 자르지는 말아주세요”하고 간절히 부탁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수술 칼도 변변히 없던 시절, 식칼 비슷한 수술칼로 살을 헤집고 총알을 발라낼 때 재원 어린이가 질렀던 통절의 울음소리는 함양 전체가 쩌렁 쩌렁했지만 살아났다. 기막히고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그가 10살 때 큰집에서 금서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지만 1년 남짓 다니다가 동네 사람들이 거의 도륙당했으니 일손이 부족해 더 다닐 수가 없었다. 조금 뒤에 옥내장터 이모집에 갔을 때 동네의 영한 관상가가 “저 아이는 커서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니 시골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큰집에 있는 개 한 마리 끌고 함양장에 나가서 팔아 차비를 하여 마산에 가서 작은 어버지 집을 찾다가 여의치 못하고 어찌 어찌하여 진양군 일반성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사서삼경을 통독했다. 그 당시 면장을 지낸 A어른의 가르침으로 한학을 접한 것이었다. (후에 그는 정주영이 소 한 마리를 몰고 나와 500마리 몰고 고향으로 갔다는 말에 빗대 스스로는 개 한 마리 몰고 나와 벤츠를 몰고 고향으로 왔다고 한 바 있다.)

그는 후에 서울로 가서 장충단 공원 일원에서 구두통을 들거나 중국집 배달부로 돈을 모아 수산업을 시작해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으나 몇 번의 부도로 극도의 실망을 느껴 제천에 가서 나무에 매달려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나뭇가지가 부러져 죽음을 면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다지는 말을 되풀이했다. “나는 아직 죽을 수는 없다. 살아 남아서 유족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는 제천에서 살아난 후 그냥 근처 절에 가서 거닐다가 주지 스님 방 앞 마루에 있던 ‘주역’을 읽기 시작해 재미를 붙였다. 이후 주역 유관의 자료들을 찾는데 눈독을 들였다. 그리고 운명, 사주, 성명, 인장 등에 관한 독자적인 예지력을 발휘해 서울에 운명 연구소를 차렸다.

그리하여 정재원은 자재가 들어가는 지긋지긋한 부도 위기로부터 벗어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나름의 ‘운명 연구소’를 운영했다. 그의 ‘운명 이야기’가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 무렵 그는 ‘산청 함양 양민 학살 사건 희생자 유족회’ 회장을 맡아 불철주야 노력해 오고 있다. 여기까지가 자전소설 ‘운명 이야기’의 대강이다.

정재원 주인공의 소설밖 이력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우회 부회장(30회 회장) 산청함양 양민 학살사건 국무총리실 심의위원, 진주정씨 은열공파 대종회 회장, 사단법인 한국인장업 연합회 고문, 중앙경제신문 회장 등을 익임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졸업장을 받고, 현재 신정음양연구회 이사장이다.

정재원 산청함양사건 희생자 유족회 이사장은 지난 11월 4일 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에서 “아직 우리의 최종 법적 완결로 가는 국가 보상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므로 부디 대한민국 국회의 선처를 바랍니다. 산청 함양 사건과 거창사건이 함께 가는 하나의 사건이므로 언론에서도 두 사건을 하나로 묶어 통과되는 길에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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