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보물찾기
[경일춘추]보물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11.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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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시선(sysun) 파트너즈)
김미경 시선(sysun) 파트너즈


“고모, 우리 보물찾기해요”, “보물?”, “할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보물이잖아요~!”, “힌트 줄게요. 할머니는 원래 절에 오시면 제일 먼저 절 하러 가요!”

지난해 엄마는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신지 밤에 잠들면 많은 꿈 때문에 텔레비전을 켜놓고 주무신다고 하셨다.

자식들이 안 다치고 손자들이 안 다치고 당신이 다쳐서 다행이다라고 하시면서도 왜 못 주무실까? 나 역시 조그마한 걱정거리가 생기면 깊은 잠을 못 자서 힘들어할 때가 종종 있기에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드릴까 고민하던 중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장소가 좋을 듯했다. 항상 자식들의 안녕을 위해서 기도하러 가시는 절에 가보자고 하니 거절을 안 하신다. 세 자매가 엄마를 모시러 친정에 갔더니 같이 사는 10살, 7살 조카 둘이 할머니 따라 같이 가고 싶다고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치도 않은 3대가 함께 하는 나들이가 됐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나오는 갈림길을 어린 조카들은 익숙한 듯 훤히 다 알고 있었다. 오래 전 친정아버지와 함께 계곡에서 물놀이 했던 추억들을 더듬어가니 벌써 옥천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일요일인데 쉬지 피곤한데 뭐 하러 가냐”라고 하시던 어머니는 주차하자마자 바로 절 마당으로 숨어버렸다. 조카들의 보물찾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너무 오랜만에 온 곳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쯤 큰 조카가 내 손을 잡고 대웅전을 찾아 계단을 성큼 성큼 오르며 재잘거린다. 길에 피어있는 꽃들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고 절 구석구석 안내를 제법 잘한다. 대웅전에서 찾은 할머니 옆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조그만 손에 쥐어진 지폐 한 장을 복전함에 넣고 고사리손을 모으고 절을 잘하는 모습이 귀엽다. 평소에 집에서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사진을 보고 절을 하면서 “할아버지 우리 집안 잘되게 해주세요”라고 빈다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할머니와 엄마 아빠랑 자주 왔었다고 하면서 할머니 손을 잡고 아빠 이름을 찾아서 삼천불 전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놀이터에서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재미있어한다. 두 손 모으고 절을 한 뒤 아빠 이름, 큰아빠 이름도 찾았다고 기뻐하는 조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이제는 마음의 평화가 보인다.

자기도 배운지 얼마 안 된 한글을 할머니께 가르쳐준다고 선생님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엄마를 환하게 웃게 만드는 조카들이 친정집 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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