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빛처럼 자연 담은 국악…첫 무대 준비 긴장감
바람처럼 빛처럼 자연 담은 국악…첫 무대 준비 긴장감
  • 백지영
  • 승인 2022.11.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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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탄생 100주년 기념 위촉곡 ‘풍광’ 초연 준비
작곡의도 구현, 강약 조절 등 완성도 높이기 구슬땀

[현장을 가다]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이상근국제음악제 폐막공연 연습

“곡이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이 부분에서는 소리를 작게 내주세요. 크게 내면 곡이 거칠어집니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께 진주시 충무공동 진주종합경기장 내 진주시립예술단 연습실. 단상에 올라 가야금·거문고·해금·아쟁·피리·북 등 다양한 국악기가 빚어내는 화음을 조율하던 이건석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가 지휘봉을 멈춰 들었다.

오는 27일 2022 진주이상근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국악관현악곡 ‘풍광(風光)’의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연습실을 빼곡히 매운 이성석 지휘자와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50여 명은 이날 아침부터 엿새 후 공연에서 선보일 5곡 연습에 매진했다. ‘풍광’ 차례에서는 바람과 빛,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를 여유롭게 표현하려 한 작곡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합을 맞췄다.

“좋기는 좋은데 안 맞아요. 메조 피아노와 메조 포르테 사이 간격을 더 벌리면 좋겠어요. 메조 포르테는 더 풍성하게 가주세요.”

두 셈여림표의 차이에 신경 써달라고 주문하던 이 지휘자는 자신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며 “메조 피아노는 이렇게”, 이어 손등을 철썩 내리치며 “메조 포르테는 이렇게”라고 직접 느낌을 전달했다.

이어지는 주문에 단원들이 각자 들고 온 종이 혹은 태블릿PC 속 악보에 유의 사항을 메모해 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만요.” “다시요.” 특정 마디에서 재연주가 이어지면서 연습실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이 지휘자가 농담을 던졌다. “곡명이 ‘풍광’이라기에 고스톱인가 했는데 ‘바람’과 ‘빛’이더라고요.” 지휘자조차 기대없이 뱉은 듯한 썰렁한 농담에 단원 두어 명이 소리 죽여 끅끅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이 지휘자가 “저런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니”라며 자신의 농담을 자학하자 ‘고스톱’ 개그 때보다 더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풍광’은 이상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처음 선보이는 창작 국악 관현악곡이다.

진주이상근국제음악제 측이 ‘의미 있는 해를 맞아 특별한 곡을 관객에게 선보였으면 좋겠다’며 지난해부터 음악제를 함께한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 올해 폐막공연 공연과 함께 창작곡을 위촉했다.

이 지휘자는 현재 자신이 교수로 부임 중인 단국대에 함께 몸담은 최승식 교수에게 작곡을 부탁했다. 과거 음악제와 연이 있었던 것은 물론, 서양 음악을 주력으로 하되 국악 곡도 선보였던 이상근 선생과 작곡 범주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적격이다 싶었다.

최 작곡가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일상생활의 즐거운 일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감정을 국악으로 풀어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대한 공경심, 다양한 감정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건석(55) 지휘자는 “창작곡은 초연 무대가 일종의 답안지처럼 통용되는 만큼 작곡 의도에 맞는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며 “번쩍번쩍 휘몰아치기보다는 남강물이 흘러가듯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작곡 의도처럼 곡은 영롱하고 신비한 양금 소리만 울리는 잔잔한 구간부터 다양한 악기가 한 겹 한 겹 화음을 더하며 풍성해진 클라이맥스까지 특유의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장시간 연습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단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던 연습실은 어느 순간 고즈넉한 호숫가 정자를 배경으로 우아한 한국 무용 한 자락이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으로 치환됐다.

하모니(40) 아쟁 수석은 “초연인 만큼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싶어 긴장감을 품고 연습하고 있다”며 “악센트가 강한 여타 곡과 달리 ‘풍광’은 잔잔히 흘러가는 분위기가 중요한 곡인 만큼 과하지 않게 연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주전공인 거문고 대신 부전공인 양금으로 ‘풍광’ 무대에 오르는 막내 윤희민(28) 단원은 “타점을 때리면서 연주하는 악기인 양금으로 잔잔함 속 강약 표현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곡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편안한 음색을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풍광’ 등을 선보이는 2022 진주이상근국제음악제 폐막공연은 오는 27일 오후 7시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전석 무료.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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