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칼럼]혁신과 리더가 필요한 세상
[열린칼럼]혁신과 리더가 필요한 세상
  • 경남일보
  • 승인 2022.11.2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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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세 (인산가 회장, 전주대학교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윤세 (인산가 회장, 전주대학교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2022년 임인년이 이제 4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 선거까지 치러지면서 대통령도,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들도 대거 새 인물로 교체되는 전환기를 맞았고 이에따라 국민이 거는 기대 또한 각별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등장했거나 재선에 성공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이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선거는 이미 끝난 만큼 이제 표심이나 여론의 향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멸사봉공의 자세로 직무에 임해 나라와 지자체의 성장 발전에 제대로 이바지해 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사적 이익 추구를 지양하고 부정부패와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청렴한 공직자로서의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해 나라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직무 수행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대통령 또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로 선출돼 일단 그 자리에 앉으면 국민의 이렇듯 소박한 바람과는 거리가 먼 벼랑 끝으로 가는 이들이 적지 않아 국민을 실망케한다.

자치단체장과 주요 간부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진 ‘대장동 사건’은 TV 등 언론매체의 화면과 지면을 지속해서 장식하는 대표적 뉴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무관이나 서기관 승진 시에 금전이나 뇌물이 오간 것으로 밝혀져 처벌 받은 단체장에 대한 뉴스도 심심찮게 본다.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그 공직의 명예란 황금에 견줄 바 아닌, 최상의 고귀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뇌물을 수수하거나 또 다른 부정과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으로 인해 중도 하차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적지 않다.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거듭거듭 쓴소리(苦言)하는 핵심 요지는,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어떤 비밀도 없다’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는 당부이다. ‘비록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고 도덕적으로도 분명히 부정과 비리에 해당할 일이지만 서로 간에 극비리에 한 일이니만큼 과연 그 누가 알겠느냐’라는 생각은 오늘의 이 시대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지(無知)에 불과한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라는 말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글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후한서(後漢書)에 등장하는 양진(楊震)의 말에서 유래한 ‘사지(四知)’이다.

후한 왕조는 창건한 지 100년이 지난 2세기 초부터 환관과 외척이 권력을 장악한 뒤 전횡을 일삼아 정치가 문란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학과 청렴으로 널리 알려진 데다 고결하고 강직한 정치가로서 당시 크게 주목을 받은 사람이 양진이다.

그는 쉰 살 무렵에야 비로소 벼슬길에 올라 형주 자사(刺史)와 동래 태수(太守)를 역임하고 나중에는 그 지위가 삼공(三公)까지 이르렀다. 양진이 동래의 태수가 돼 임지로 부임할 때의 일이다. 창읍에서 숙박하게 됐는데, 이 고장 현령을 맡고 있던 왕밀(王密)이 찾아왔다. 과거에 양진의 천거로 벼슬길에 오른 왕밀은 그동안 너무 소식이 없었다며 인사를 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을 벼슬에 천거해준 은혜를 갚는 것’이라며 조용히 품에서 금(金) 열 근을 꺼내 양진에게 바쳤다. 양진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왕밀이 “지금은 한밤 중이라 아무도 본 사람이 없고 아는 자도 없습니다” 라고 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진의 벽력같은 호령이 떨어진다. “네 이놈! 나는 너의 재능이 소임을 감당할만하기에 너를 천거했다. 그리고 너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일은 이미 하늘(天知)이 알고, 땅이 알고(地知), 내가 알고(我知), 네가 아는데(汝知)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느냐?(天知 地知 我知 汝知 何謂無知)”라고 꾸짖었다. 왕밀은 그 말에 크게 부끄러워하면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어찌 보면 아무도 몰랐을 것 같은 이 일은 200년이 지나서 쓰인 후한서에 기록된 것을 보면 양진의 처세가 얼마나 현명하고 사람됨이 청렴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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