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금(禁)줄이 없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우려
[경일시론]금(禁)줄이 없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22.11.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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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지금은 사실상 거의 사라진 풍습이지만, 예전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의 양쪽 기둥에 금줄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 이같은 풍습은 아기의 출산을 알리는 한편 내·외부인 출입을 금지시킴으로써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다. 금줄은 통상적으로 세이레(21일) 간 유지됐다. 아기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형성될 때까지 상당기간 내·외부인과의 접촉을 삼가야 했다. 특히 위생적이지 못한 내·외부인의 출입 금지는 절대적이다. 아기가 자칫 생명마저 잃을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탄생 후에는 최소한의 보호기간이 필요했고, 그게 세이레다.

윤석열 정권은 지난 5월 10일 탄생했다. 세이레 동안 금줄을 쳐 외부인은 물론 내부인들도 출입을 금지·자제시킴으로써 아기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했듯이 국민들은 갓 출범한 정권이 5년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금줄을 쳐 주었다. ‘서오대’ 등 문제투성이 인사에도, 설익은 리더십에도, 배우자 문제에도 윤 대통령에게 50%의 지지를 보냈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세이레까지는 묵묵히 인내해 주었던 것이다. 세이레 동안 국민들은 갓 태어난 윤석열 정권을 보호해 주었던 것이다.

세이레 이후에는 표면상으로 금줄이 없어진다. 그렇지만 100일 동안은 세이레 못지않게 아기는 보호를 받는다. 발육과 성장이 미완성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태어난 지 대체로 100일이 지난 시기부터 아기들은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기 스스로 자발적인 활동을 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100일이 지나면 아기는 보호막이 거의 사라지고,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인격체로서의 틀이 잡힌다. 하지만 사람은 태어난 후에 영유아기, 청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금줄이 쳐져 있어야 성공한 삶을 마칠 수가 있다. 그래서 세이레 이후에도 스스로 금줄을 쳐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윤석열 정권도 100일이 지나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총체적 난국 속에서 불안하다. 현 정권이 끝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세이레와 100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실망이 앞선다. 지금도 윤석열 정권은 아직도 세이레 전 아기 같다. 판단도 정상적이지 않고, 수습하는 행태도 너무 미숙하다. 오히려 세이레 전 보다 더 미숙하고, 불안하다. 치기스럽기까지 하다. 독단·오만에 고집스럽기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현 정권의 인사들이 했었고, 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그렇다. 대통령부터 측근, 내각, 여당까지 국가와 국민에게 해가 되는, 즉 금줄을 쳐 금해야 하는 행태나 정책을 거리낌없이 자행한다. 미국 방문 중에 비속어를 사용했다 구설수에 오른 대통령, 느닷없는 ‘만5세 조기 입학’ 추진으로 사퇴한 교육부장관,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를 놓고 벌이는 여당의 권력 다툼, 계속되는 영부인 리스크 등 금줄로 금해야 하는 행태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어설픈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과 언론과의 대처 방식을 보면 실망을 넘어, 옹졸스럽기까지 하다.

이를 보면 현 정권 인사들의 의식에는 금줄이 쳐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아예 금줄이 없는 것 같다. 금줄이 없는 탓에 지지층이었던 보수층에서까지 윤석열 정권이 성공한 정권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하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겠나 하는 걱정도 앞선다. 지금도 현 정권 인사들의 언행이 정권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금줄을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정권을 넘어서 더 험한 꼴(?)을 당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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