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로 개척하는 진주실크 글로벌 마켓
[기고]문화로 개척하는 진주실크 글로벌 마켓
  • 경남일보
  • 승인 2022.11.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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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식 (진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민원식 진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국가가 전통문화를 진흥하고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다. 정부는 전통문화가 콘텐츠·관광 산업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이끌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문화 자원의 보고로 인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통문화 정체성을 지키면서 교류국의 문화 코드를 반영해 지속 가능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략적 문화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진주의 전통산업은 실크다. 전성기와 비교하자면 생산 시설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진주실크는 도시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산업으로 보자면 1924년 일본서 역직기를 들여와 ‘동양염직소’ 설립 이후 100년이라 하지만, 진주가 실크로 명성을 누린 세월은 천년이라 할 수 있다. 고려사에는 진주 능라(綾羅)로 어의(御衣)를 제작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진주목 잠부들이 부지런하다는 기록이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을 정도로 진주는 비단 생산지였다. 이를 왕실에서 사용한 기록은 대한제국까지 이어진다.

진주시가 글로벌 대기업 창업주들의 산실이라는 이야기는 잘 알려졌다. 한국의 100대 재벌 중 30여 명이 진주시 지수면 출신이다. 진주는 지역 보부상단을 기원으로 하는 ‘진주상무사’가 활약하던 도시다. 이들은 진주 상업을 이끌 뿐 아니라 전국 유통망을 누비며 진주의 경제적 시각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상무사 전통이 있는 도시답게 진주는 지역 전통 산업인 ‘진주실크’를 바라보는 시각도 독특하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은 실크를 단순한 전통 산업이나 보존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만 보지 않았다. 천년의 이야기를 품은 콘텐츠로 이해한다. ‘진주실크’에서 경제적 부가 가치를 끌어낼 ‘문화 자원’이라고 판단했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의 ‘인도네시안 바틱과 진주실크의 이야기’는 KOFICE(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지역문화 국제교류 지원 선정 사업 중 하나다. 공연·공예품 등 완성된 콘텐츠 간 교류의 대상으로 삼는 대신, 재단은 진주실크라는 진주의 소재에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교류를 진행했다. 상호 문화의 존중 속에 자연스럽게 진주실크의 우수성을 보여줬다. 단순한 교류로 끝나지 않도록, 실크 산업을 지원하는 KSRI(한국실크 연구원)과 협업해 성공적인 패션 비즈니스 CEO 디자이너들이 함께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의 현대화로 자신만의 브랜드·유통망을 구축하는 인도네시아 패션 CEO 조세핀 코마라. 각종 방송 콘텐츠에서 셀럽들의 한복으로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 ‘기로에(GUIROE)’의 CEO 박선옥 디자이너. 이들과 함께하는 행보가 상호문화 교류라는 점에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도왔다. 경남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도네시아 사무소 등 공기관과 현지 진출 기업들도 홍보에 손을 보탰다. 진주실크 공통 브랜드인 실키안·대선직물·동명실크·순실크·BJ 등 대표적인 진주 실크 기업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렇게 진주의 대표 산업 ‘진주실크’가 ‘진주실크-바틱 한복’이라는 문화를 담은 패션 콘텐츠로 탄생했다. 지난 11일~12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패션 전시회는 현지 주요 언론사의 열띤 취재로 이어져 양국의 문화교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인해 주었다. 상품 전시회였으면 어려웠을 일이다.

패션 전시회에는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를 대표해 에르윈타 디안티 창조경제 마케팅 국장이 참석했다. 그는 양국의 한국의 패션 산업 종사자들의 협력을 지원하고 싶다며, 한국이 세계 패션 메카 중 하나인 만큼 세계 패션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의 역할 중 하나는 문화의 눈으로 지역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진주실크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새롭게 조명해 해외시장을 개척한 점이 뜻깊다. 진주는 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도시다. 문화로 도시의 경제적 부가 가치를 견인할 문화 자원의 보물 창고인 셈이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의 문화적 상상력이 또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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