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음악, 그리다
[경일춘추]음악, 그리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1.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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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인공지능산업 컨설턴트)
안종훈 인공지능산업 컨설턴트


주말 저녁, 피아노 연주회에서 무대에 등장한 연주자가 건반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연주는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다. 몇 분 뒤 그는 뚜껑을 닫았다. 잠시 후 다시 뚜껑을 열었다 닫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또 다시 건반 뚜껑을 열었다가 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여러분은 저 연주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 연주곡은 1952년 8월 29일 뉴욕 우드스탁에서 초연된 미국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1912-1992)의 세 개의 악장으로 된 ‘4분 33초’라는 피아노곡이다. ‘1악장 중에는 피아노 음악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청중석의 긴장감이 느껴졌고, 청중들의 소곤거리는 소리와 홀 밖 나무들을 스치는 바람소리만이 들렸으며, 2악장에서 지붕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 3악장에서는 객석에서는 청중들이 떠드는 소리들이 섞여 들려왔다’는 공연장 분위기에 대한 설명이 있다.

실제 이 곡의 악보를 봐도 오선지 위에 음표가 없다. ‘무음의 음악’ 이다. 국내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이 곡이 연주돼 드라마 명장면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뉴욕 초연 후 존 케이지는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변에 있는 소리가 연주회장에 가서 듣는 음악보다 더 흥미있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고 느끼며,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느끼도록 이끌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과서적인 정형화된 음악을 거부하고 생활 속 모든 소리들이 음악이 될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오선지에 그 소리를 그려 넣어 나만의 음악을 창조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음악계에서는 존 케이지를 가리켜 ‘우연성의 음악’을 창시했다고 한다. 필자는 존 케이지의 이 악보를 디지털융합인문학 강의 시작에서 예술적 창의력과 창조력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해오고 있다. 강의 초반 이 악보를 보여주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거의 대부분은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답을 한다. 이 곡을 통해 자연스러운 주변 소음도 음악이라는 메시지를 읽어내어야 한다.

디지털융합 인문학자로서 이 작품은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창의력을 개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료로 생각한다. 오감능력을 최대로 활용, 주변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시 글로 돌려가며 표현 할 수 있는 공감각적 융합능력은 모든 것을 다시 만들어 내어야 하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력과 창조력의 원천이라 말하고 싶다. 음악, 그림으로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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