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한민국이 사라질까 두렵다
[경일시론]대한민국이 사라질까 두렵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1.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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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객원논설위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교수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한해를 보내며 내가 쓴 글들을 되돌아 보며 올해의 키워드를 골라 보았다. 돌이켜보니 올해 나는 국제정치 전문가도 아니면서 대한민국 주변 열강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고,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이런 저런 사료를 뒤적이는 일을 자주 했고, 실향민도 아니면서 늘 북한의 핵 위협을 걱정했다. 건강이 위협받으면 의학 정보에 민감해 지듯, 대체 국가란 무엇이고 세금을 왜 내는지,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논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찾아낸 키워드는 국가, 자유 그리고 대한민국이었다. 앞날을 가름하기 힘든 국제 환경에 휩싸이고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국내 사정으로 인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이러다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느껴진다. 만약에 국제정세가 급변해 미군이 철수하면 북핵 위협을 과연 견딜수 있을까. 인구소멸 현상이 지속되면 이 땅은 결국 누가 차지할까.

경제가 나빴던 적은 이전에도 많았다. 정치인들은 잘했던 기억이 거의 없고,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국가의 국방이야 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래도 그전엔 이러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어쩌나 하는 정도의 걱정이었지, 나라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해 본적이 없다. 진짜 나라가 소멸된다면 1905년 을사조약 당시 황성신문 장지연 주필이 쓴 ‘시일야방성대곡’처럼 통곡할 일이다.

도둑이 들끓는데 아무도 대문을 지키려 하지 않는 이 혼돈의 진원지는 무엇보다도 좌우 진영논리에 빠져 국익을 등한시하는 정치권이다. 국회의원들 중 우리의 우방이 누구고 주적이 누군지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 국민들 중에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끌어 내리겠다고 시위를 한적도 있고, 미국 대사관 담을 넘고, 미국 대사의 참수식을 시내 한 복판에서 벌인 일도 있었다. 대법원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대의 악마로 묘사한 ‘백년전쟁’이라는 영상물에 ‘문제없음’이라고 손을 들어준 일도 있었다.

미국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쿠바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운영하며 미국 국경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유럽은 지리적으로 대처가 쉬운 미국을 부러워하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넘어오는 난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국경을 고민하지만 공통적인 건 바깥에서 유입되는 이민족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벌레먹은 과일이 속부터 썩듯 내부로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정부 여당과 국회 절대다수인 야당이 진영정치에 몰두하느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나라는 둘로 갈라져 아우성인데 오직 자기 진영의 논리만 옳고 다른 진영은 다 틀렸다고 우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고치는 것이 당연한데 무작정 탄압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 자기들의 유불리만 챙기는데 몰두할뿐 찢어진 국민을 통합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다. 각종 의혹이 들끊고 주변에선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데도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거대 야당은 자기들은 초대형 예산을 1분만에 얼렁뚱당 처리하더니 긴축해서 편성한 내년 예산을 볼모로 온갖 것을 다 요구한다. 선거에 이긴다면 나라가 무너져도 개의치 않을 기세다. 이 와중에 지난해 출산율은 0.80으로 사상 최저치다. 인구로 봐도 이미 국가 소멸단계에 진입했다.

국가가 사라진다면, 우리가 터키와 시리아 변방을 헤매는 쿠르드족과 다를게 무엇일까. 국가가 우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영국의 얼음 컨테이너에서 죽어간 베트남 사람들과 우리가 무엇이 다를까. 중국이 우리나라 한복판에 와서 당당하게 중국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면 우리가 홍콩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며, 장지연이 통곡한 일제강점기 때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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