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로또
[경일춘추]로또
  • 경남일보
  • 승인 2022.11.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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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


얼마 전 지인들과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로또 산다고 잠시 차를 세워달란다. 원하는 곳에 주차를 잠시 하려는데 하마터면 접촉사고가 날 뻔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건물을 보니 ‘로또 명당’이란 현수막이 붙었고 당첨 순위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왜 아까운 돈을 낭비하느냐 물으니 사는 순간부터 발표날까지 설렘으로 사는데 안사면 그나마 눈곱 같은 희망도 없어져 매주 로또를 산다고 한다.

요행이란 글을 찾아보니 도덕경에 화복상의(禍福相依)란 글자가 눈에 띈다. 화(禍)와 복(福)은 하나란 뜻이다. 구장 땅 농부가 풀로 울타리를 덮었다가 운 좋게 꿩을 잡았다. 농부는 다시 풀을 덮어놓고 갑자기 풀을 들추다 놀란 독사에게 물려 사망했다. 사람들은 항상 요행이 있는 줄 알고 화가 있는 줄은 모른다. 한비자 오두편에 송나라 농부는 일하다 밭 옆 그루터기에 앉아 쉬다 놀란 토끼가 나무에 박치기해 공짜로 고기를 얻고는 매일 농사는 안 짓고 나무에 앉아 토끼만 기다렸다는 ‘수주대토’의 고사가 있다. 행민(倖民)은 요행을 바라고 살아가는 백성을 가리킨다. ‘춘추좌씨전’의 풀이에 “훌륭한 사람이 윗자리에 있으면 나라에 요행을 바라는 백성이 없고, 상을 주는 것이 어긋나지 않고, 형벌을 시행함에 넘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백성에게 요행이 많은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民之多倖 國之不幸也)’라 한 것도 같은 뜻이다. 김장생(金長生)은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얻은 자가 행민이니, 일없이 빈둥거리며 노는 백성을 뜻한다고 풀이한 바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니 요행을 꿈꾼다. 정도(正道)가 행해지지 않아 꼼수가 횡행하고 예의도 없고 염치도 모른다. 로또에 인생을 걸고, 수단을 부려 얻는 것을 능력으로 안다. 원칙이 사라진 세상 풍경이다. 요행이 많으면 국가가 불행하다.

요즘 재벌 3세들과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마약 투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그전에도 발각되었는데 요행으로 흐지부지 덮어져 그것이 결국 화를 키운 것이다.

이것은 태어나면서 주어진 막대한 재물을 보람 있게 쓰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부모들과 기성세대의 전적인 잘못이다. 단순히 운이 좋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뿐인데 그 속에 복과 화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있는 것을 모르고…. 안타까운 일이다. 재물만 그러겠나. 요행으로 분에 넘친 권력을 잡아 조자룡이 헌 칼 쓰듯 함부로 휘두르다 남도 죽이고 자신도 죽는 사람도 어디 하나 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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