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우리나라는 기상 특성상 봄철에는 물이 부족하여 농사에 많은 지장을 주다가도 여름철에는 기후변화와 돌발홍수로 인한 재해가 빈발하며, 지질 구조상 대규모의 지하수 개발이 곤란한 실정이다. 연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9분의 1(세계; 26,000m3, 한국; 2,900m3) 밖에 되지 않는데, 물 소비 수준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한국; 209ℓ/1인/1일, 영국; 132ℓ, 독일; 131ℓ)다. 게다가 수질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봄 가뭄이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제한급수에 이르는 곳이 늘고 있다. 앞으로 3개월간 300mm의 비가 내려야 가뭄이 해소될 것 같다는 턱없는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행안부는 광주, 전남, 제주에 가뭄대책 특별교부세 55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남부지방의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687mm로 평년의 68.9% 수준이고, 전라남도에 있는 주암댐과 평림댐의 저수율은 각각 34.2%, 33.1%이고, 광주지역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은 32.0%로 용수공급에도 지장이 오고 있다.
필자는 이런 가뭄으로 인해 제한급수 등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산림분야로 관심을 더 기울여 보라고 지적하곤 했다. 즉, 우리나라는 전 국토에 대한 산림면적률이 약 63%에 달해 수자원 보전에 대한 산림의 역할이 매우 크다. 과거 산림녹화사업의 노력으로 지금은 산림 대부분이 울창하게 녹화되어 산림이 저류하는 물의 양이 증대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나무의 잎이나 가지에서의 차단(遮斷), 증발산(蒸發散) 등의 작용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산림은 너무 울창해서는 안 되며, 솎아베기(간벌)와 가지치기 등 적당한 밀도로 가꾸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없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몸에서 2%의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사람에 따라서는 5% 이상 부족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다량의 맑은 물을 확보하는 것은 21세기 복지국가 구현을 위한 최대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돌발홍수 및 돌발가뭄 등이 극성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산림내 계류수의 활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산림내 계류수는 자연에서 공급되는 물의 근원이고, 또 간단한 정수처리만 해도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설치된 다목적댐에 저수되는 물의 양에만 의존할 것인가? 산물 자원화 방안에 본격적인 아이디어와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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