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산자만 50명’ 특별한배추 이야기
[기고]‘생산자만 50명’ 특별한배추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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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배흠 (현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현동 묘촌마을에는 아주 특별한 배추가 있다.

묘촌마을 입구에서 10분쯤 길을 쭉 따라 들어가면 여느 밭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푸르리 속이 꽉 찬 배추밭이 있다.

재밌는게 밭은 하나인데 이 배추밭의 생산자는 50명이나 된다. 20명의 현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회원과 주부민방위기동대원, 30명의 자활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포함해 총 50명이 살뜰히 길러 온 배추라 그렇다.

현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근로능력이 미약하거나 사회활동이 어려운 분들과 함께 배추 텃밭을 공동운영 중에 있다. 근로의욕도 일으키고 지역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 이웃 간 소통과 교류가 넘치는 현동을 만들고자 함이다. 직접 수확한 농산물은 더욱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참여자들도 의욕적이라 9월에 파종한 가을배추는 참으로 맛스럽게 익어갔다. 겨울김장을 위해 9월 경 이분들과 배추 파종을 했다. 무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파종에 앞서 일일이 손으로 밭도 갈고 고랑도 만들고 비료로 뿌렸다. 얼추 밭 모양이 갖추어지자 400포기의 묘종을 옮겨심고 물을 주고 길렀다.

가을배추는 일교차가 크고 풍부한 일조량 덕에 단맛이 많고 아삭한 맛이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그 만큼 정성을 들여야 좋은 배추가 나오리라. 너나 할 것 없이 짬만 나면 배추밭에 왔고 물도 주고 벌레도 잡아 알뜰살뜰 정성을 들였다.

어느덧 수확철이 다가오자 푸른빛깔 만큼 잘 자라준 배추는 함께해준 모든이에게 보람과 자활 의지를 북돋아 주었다.

모두 흥에 겨워 손수 길러 온 배추 수확에 분주하다. 이렇게 잘 자란 배추는 붉게 물든 김장을 통해 더 어려운 세대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네 공동체 의식이 퇴색되어 가고 있지 않느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사소한 문제로 이웃과의 다툼은 늘어만 가고, 고독사와 자살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외활동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사회교류는 자연스레 더욱 위축되고 이웃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연대를 통한 배추밭 만들기다.

현동은 배추밭 만들기를 통해 한 방향 복지에서 참여하는 복지로, 복지의 스펙트럼을 넓혀 이웃과의 공동체 의식도 형성하고 자활의지도 북돋우고 있다.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사회활동 의지가 있는 취약계층을 찾아 함께 텃발을 운영했고 커가는 작물들만큼이나 공동체 의식도 함께 키워갔다.

직접 수확한 농산물은 더 어려운 분들께 기부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람도 찾고 이웃과의 교류ㆍ소통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의욕적이고 보람됨을 느끼고 있다. 생산자가 50명인 배추, 맛과 멋이 없을 리가 없다.

 
박배흠 현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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