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시간은 방향이 있는가
[경일칼럼]시간은 방향이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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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조정은 정해진 거리에서 보트를 저어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이다. 혼자서 젓는 싱글 스컬에서 8명의 에이트까지 9종목이 있는데, 올림픽에서 남자는 2000m 여자는 1000m 코스에서 실시한다. 조수가 결승점에 등을 돌린 채 노를 젓는 점이 특이하다.

국립국어원표준국어사전에 속도란 물체의 단위 시간 내에서의 위치 변화이다. 구체적으로 크기와 방향이 있으며 크기는 단위 시간에 지나간 거리와 같고 방향은 경로의 접선과 일치한다. 속력은 속도의 크기 또는 속도를 이루는 힘으로 풀이하고 있다. 체인에 연결되지 않은 자전거 페달을 아무리 빨리 돌려도 자전거는 제자리이다. 체인이 연결돼야 바퀴에 힘이 전달돼 움직이며 핸들을 바로 잡아야 위치가 이동되는 것이다. 페달의 회전 정도는 속력이며 핸들은 방향 요소이다.

다수로 구성된 조정 경기에 방향을 통제하는 타수(舵手)와 속력을 담당하는 조수(漕手)로 구성된다. 조수들의 체력이 좋아 아무리 힘이 넘쳐도 동작이 일치하지 않으면 힘이 분산되며 방향이 결승점과 일치해야 최단거리로 되는 것이다.

타수는 후미에 앉아 뱃머리를 보고 조수는 타수를 향해 앉는다. 조수와 타수는 같은 보트에 탔지만 시선이 다르다. 과연 보트는 어느 쪽으로 나아간다 할 것인가.

운동의 주최가 되는 보트는 점점 출발점과 멀어지며 결승점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조수가 보는 방향은 뒤(後)가 되며 타수의 방향은 앞(前)이 된다. 보트는 결승점으로 나아가기에 타수와 같은 방향이고 조수와는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는 것이다.

점은 위치는 있고 크기가 없다.

시점(時點)은 시간의 점으로 시계의 ‘째깍’으로 설명되며 시간(時間)은 시점 사이 크기로 초, 분, 하루 등으로 사람들이 편의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인생은 시작점에서 끝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점과는 지난 시간이라 하며 끝시점과는 남은 시간으로 구분되고 있다.

잡지에서 과학의 날을 맞아 “앞으로 30년 후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라는 주제로 분야에 알려진 과학자의 견해를 정리했다.

1. 앞으로 30년 뒤 뇌 과학은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규명하게 될 것이다. 게임중독·유튜브 중독 같은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폐쇄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왜 정서불안이 생기는지 등의 이유도 훨씬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뇌파를 이용해 각종 기계를 조작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2. 30년 후면 2051년이 된다. 1.5도 시나리오를 통해 탄소순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2050년의 다음 연도다. 기후위기 대응에 성공한다면 굉장히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10%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10% 이상이 비만인구다. 인간이 생산하는 식량의 상당 부분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쓸 수 있는 생필품을 생산하고도 버린다. 부족하고 결핍됐다는 세뇌교육과 오로지 성장만을 부르짖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무한한 욕망이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굉장히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3. 30년 후 세상이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차는 당연히 알아서 혼자 다닐 것이고 집안도 자동화될 것이다. 로봇이 아기와 노인을 돌볼 것이다. 과거에 직업이 몇 십 년 단위로 바뀌었다면 5년, 10년 단위로 형태가 바뀔 것이다. 어떤 직업이 새로 생길까, 어떤 역할이 필요해질까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그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앞으로 30년’을 ‘30년 뒤 또는 후’로 기술되었다. 조정경기에서 조수로부터 동력을 얻은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결승점에 등을 돌린 조수에게는 뒤로 가는 것이다. 30년의 미래 세상을 30년 뒤 또는 후로 표현한 것은 조수의 관점으로 서술한 것이 아닌지.

어제는 과거, 오늘은 현재이며 내일을 미래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제가 커지고 내일이 짧아지는 것이다. 오늘을 시점으로 어제는 돌아보는 시간으로 ‘후’이며 내일은 내다보는 ‘앞’이라 해야 할 것이다.

넓은 평야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를 탄 승객이 차창 밖을 보면서 나무나 산이 지나간다고 한다. 나무를 뽑아 뒤로 옮겨질 수 있겠는가. 산이 움직일 수 있겠는가. 이는 승객의 이동으로 생기는 현상으로 주변이 뒤로 움직인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만질 수 있다면 늘이고 줄일 수 있겠지만 만질 수 없고 크기만 있다. 인생은 시점이라는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시간의 주인이 되어 방향을 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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