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2022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재즈위크
[문화현장] 2022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재즈위크
  • 백지영
  • 승인 2022.12.07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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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부터 백발 어르신까지, 카페 앉아 지척서 감상
공연 열기 생생히 전달돼…“또 올래요”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께 진주시 평거동 갤러리카페 ‘울트라 블루’ 2층. 추운 바깥 날씨를 뒤로한 채 시민들이 하나둘 설레는 표정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2022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이하 2022 JJF) ‘재즈위크’ 2번째 날 공연을 보기 위해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다.

지난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열리는 2022 JJF의 공연은 5~7일 진주지역 카페를 순회하며 개최 중인 ‘재즈 위크(재즈 주간)’와 8·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메인 재즈 스테이지(주요 재즈 무대)’로 나뉜다.

‘메인 재즈 스테이지’가 굵직한 공연장에서 걸출한 음악가들을 볼 수 있는 유료 공연이라면, ‘재즈 위크’는 조그만 공간에서 음악가 지척에 앉아 눈을 맞추며 선율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무료 공연이다.

‘재즈 위크’ 둘째 날인 이날은 사전 예약자와 현장 방문객 50여 명이 카페를 찾았다.

탁자와 의자 대신 공연용 조명과 악기가 배치되고, 천정 곳곳에서 LP판을 형상화한 JJF 조형물이 늘어지면서 카페 2층은 아늑한 재즈 카페로 탈바꿈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남성 재즈보컬리스트를 필두로 스윙 재즈를 선보이는 ‘허원무 퀄텟’.

보컬과 피아노·콘트라베이스·드럼이 빚어내는 선율은 관객을 눈 내리는 겨울밤 통나무집에서 타닥타닥 타고 있는 벽난로 앞으로 초대하는 듯했다.

청보랏빛 조명을 받은 보컬 허원무가 눈을 감고 스캣(가사 대신 뜻이 없는 말로 선율을 흥얼거리는 노래 방식)에 나서자 두 손을 기도하듯 모은 채 음악에 집중하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탁자에 놓인 음료를 한 모금씩 홀짝이며 선율을 감상하는 관객들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곡 중간에 배치된 악기 솔로 구간이 끝나고 몇몇 관객에게 터져 나온 박수가 어색하게 사라지자 보컬 허원무가 재즈 입문자를 위한 조언을 건넸다.

“솔로 연주가 끝나고 손뼉을 쳐주시면 연주자들이 더 신나고 재미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박수를 쳐주세요.”

재즈 특성상 곡 중간에 각종 악기의 화려한 솔로 구간이 즐비했던 만큼, 조언에 힘을 얻은 관객들은 이후 악기 솔로 구간이 끝날 때면 마음껏 호응을 보냈다.

격식 있는 공연장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 덕에 마음에 드는 장면에서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관객이 속속 관찰됐다.

공연을 마친 보컬 허원무는 “관객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보여 재미있게 공연했다”며 “주로 공연해온 서울 재즈클럽과는 달리 술 대신 어린이 관객도 있고 다른 분위기였는데, 캐럴을 부를 때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재밌었다”고 했다.

두 번째 공연을 맡은 재즈밴드 ‘집사(ZIP4)’가 무대에 오르자 카페는 순식간에 춤과 술이 뒤섞인 미국 뉴올리언스 재즈클럽으로 변모했다. 색소폰·클라리넷·트롬본·수자폰 등 관악기 4종에 기타·드럼이 더해진 풍부한 소리가 공간을 가득 매웠다.

소규모 공간 특성상 연주자들이 곡에 취해 흥겹게 공연에 나서는 모습이 선명히 와닿았다. ‘집사’의 에너지가 전해진 듯 객석에서 환호와 들썩임이 수시로 터져 나오자 지켜보던 주최 측 관계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재즈클럽보다 감상 태도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재밌게 놀고 갈 테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연이 이어지면서 경직됐던 관객들도 한껏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홀로 이곳을 찾은 한 백발 신사는 선율에 맞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엄마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도 박자에 맞춰 다리를 까닥거렸다.

예약석이 아닌 자유석인 까닭에 공연 중 들어와 자리를 찾는 관객, 밴드가 곡을 설명하는 순간 카페 1층에서 들려오는 소리 등 산만한 면도 있었지만 재즈 감상을 방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앙코르 요청에 기타 송민섭과 드럼 하종혁은 탬버린을, 관악기 4종 연주자는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 밖 카페 가장자리를 도는 쇼맨십을 선보이면서 환호가 절정을 이뤘다.

관객 이외순(67)씨는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1회 때부터 예술회관 무대는 계속 찾았지만 재즈위크는 처음”이라며 “공연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남편과 유치원생 두 아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한 권민경(37)씨는 “가족 단위로 편한 공간에서 익숙한 멜로디를 들으니 옛 추억도 생각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허원무 퀄텟.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허원무 퀄텟.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허원무 퀄텟.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허원무 퀄텟.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집사.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집사.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집사.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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