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4)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4)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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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신간 ‘경남문학상 수상자 선집’ 발간에 주목한다(3)
정규화 시인은 경남지역 언론사에서 1980, 1990년대와 2000년의 10년을 보낸 기자였다. 그는 1980년대 ‘시와 경제’동인으로 활동하다가 귀향해 경남문학 발전에 기여한 시인 기자였다. 그는 하동군 옥종면 출신으로 1982년 창작과 비평에서 펴낸 신작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인’으로 등단해 ‘농민의 아들’(실천문학) 등의 시집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경남의 언론사에 발 붙이며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어느 지점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진주시내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 학교로 찾아와 인사를 했다. 자기는 하동 옥종 출신으로 지금 ‘시와 경제’ 동인으로 황지우 등과 시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소설가 이문구(서라벌예대, 한국문협 월간문학 편집장 출신, 소설 ‘관촌수필’)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가 마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이문구 작가를 만났는데 대책없이 상경한 정규화를 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는데 “저는 마산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고향은 하동 옥종입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문구 작가는 “그 근처 진주에도 강모라는 좋은 시인이 있는데 거기서 배우지 않고 뭣하러 서울까지 와서 고생하는 겁니까?”하더라는 것이다.

이후 정 시인은 진주, 마산을 내왕하며 언론사 편력을 거치고 유감없이 시인 생활을 해나갔다. 그가 진주에서 신문사 문화부 책임을 지고 있을 때였다. 1990년대 초반 마침 경남문인협회 총회가 다가오고 직선 문협회장 선출의 기운이 돋을 때 그는 필자에게 시대가 바뀌고 문인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는 만큼 회장을 무슨 체면이나 연조 우대의 미루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당시 진주문인협회 김영화 회장을 불러 “지금, 강희근 교수가 경남문학을 끌고갈 적임자라고 생각하느냐”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는 “그렇다”는 대답을 얻어내었다. 이어 김영화 회장의 지지선언이 나오자 다음날 진주의 K일보 문화면은 “강희근 시인 경남문인협회 초대 직선회장 출마선언” 전면기사로 출렁거렸다. 경남문단에 선거열풍의 불을 붙이자 마산지역 쪽 J교수도 이어 선언해 그쪽 지역신문도 함께 출렁거려 주었다.

그 당시 선거운동은 전화로 출마 소견을 밝히고 유권자 문인들의 작품평으로 운동을 대신하는 그런 수준이었다. 선거결과는 20표 정도의 차이로 진주의 K후보가 당선되었는데 선거 후유증은 없었다.

정규화 시인은 ‘지리산과 인공신장실’이라는 시집이 있듯이 1주일에 3번씩 투석하는 병고에 시달리며 시만 쓰다가 지하 단칸방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광경을 간접으로 전해 들었지만 그의 만년의 생존일기는 상당시간 필자와의 교감이 혈흔처럼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그를 언제나 따뜻이 포옹하듯 맞이하고 배웅했다.

시인이 죽은지 11년 되던 해 경남작가회가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하아무, 박덕선, 양곡 등이 주축이었다. 양곡 시인은 ‘정규화 시인’ 추모시를 남겼다.

“형을 이승에서 보낸지가 10년이 다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외치시던 우리의 소원

통일은 아직도 아득히 멀기만 한데



세상에서의 삶의 마지막 그 참담했던 날들

일주일에 세 번씩 피를 걸러야 했던

생활 속에서 삶이 시가 되고 시가 삶이 되는

그 열정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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