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모자결연병원, 재검토해야 한다
[경일칼럼]모자결연병원, 재검토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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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는 의과대학을 거쳐 의사국가고시를 합격하고 잇따라 수련의(인턴) 과정을 경험한다. 수련의를 거치면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주치의가 되고 선배와 교수들의 지도를 전문적으로 받게 된다.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도 전임의 (펠로우)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교수라는 더 높은 기회를 맞는다. 이러한 일련의 또는 부분적인 과정을 제공하는 의과대학 또는 병원은 국가가 지정한 ‘수련의 및 전문의 수련병원’의 일반 기준 이외에도 각 전문 과목별 지정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통상 연간 퇴원환자수, 외래환자수, 병상점유율 등으로 평가받는 연간진료실적이다. 그리고 이들 수련병원은 소위 ‘모자결연 협약’을 통해 모자(母子)병원을 둘 수 있다. 통상 의과대학 등이 모(母)가 되고 전문화된 시설과 교육과정, 충분한 의료진을 갖춘 각 지역의, 소위 준비된 병원이 자(子)가 돼 수련의 또는 전공의의 교육 과정 일부를 담당하게 된다.

한때 이러한 모자병원으로 인해 수련의 또는 전공의의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협약된 모자병원까지 합쳐서 수련이 가능하니 구인 가능한 수련의 또는 전공의 수를 대폭 늘린 결과, 의도치 않은 쏠림 현상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또한 모자병원이 수련의 또는 전공의를 당직의로만 활용하고 제대로 된 수련도 시키지 않는다는 뼈 아픈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 이 모자병원의 지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거와는 달리 전문화된 병원이 등장하면서 환자가 더 이상 대학병원급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이미 집중과 선택의 여러 방법을 제시했고 이에 전국적으로 전문화된 병원이 다양한 진료영역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았으며 또한 시도되고 있다. 그리하여 지방의 경우 의과대학의 환자수보다 이들 전문화된 병원의 외래, 입원 환자수, 병상 점유율 등이 더 많거나 높은, 역전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또한 단 하나의 진료과목 또는 몇 가지의 질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터에 진료의 질적 향상은 대학병원 급에 이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보니 수련의 또는 전문의가 모자병원에서 수련받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임상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어떠한 근거로 마련했는지 알 수 없는, 200병상 기준으로 모자병원의 체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련의 또는 전공의 양성을 위한 전문화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꼴이 된다.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지방의 경우 인력양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전문화된 병원의 임상을 충분히 경험토록 유도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200병상은 되고 150병상이 안 되는 이유도 알 수 없다. 이것은 획일적인 기준일뿐이며, 얼마든지 수련의 또는 전공의가 대학병원과 모자병원을 오가며 보다 높은 수준의 수련은 대학에서, 보다 많은 수준의 임상은 모자병원에서 경험토록 한다면 전국의 그 많은 전문화된 병원들의 결과물을 한껏 이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이야말로 지방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더더욱 강화할 수 있고, 집중과 선택의 역량을 갖추고 투철한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지방의료기관을 살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지역주민들의 서울로 대도시로 원정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그 모든 불편을 줄여줄 수 있다. 모자결연병원,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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