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육식 문화와 축산업의 딜레마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육식 문화와 축산업의 딜레마
  • 경남일보
  • 승인 2022.12.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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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부터 고기를 먹게 되었을까?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날카로운 석기 등을 토대로 고대 인류가 260만~340만 년 전부터 고기를 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육식이 보편화한 건 지금으로부터 150만 년 이전 정도로 추정된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콤플루텐세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 UCM) 연구진이 2012년 6월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에 게재한 연구 결과이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150만 년 전 유아(2살 이하 추정)의 두개골 파편에서 골조직이 스펀지처럼 변하는 질병의 흔적을 찾았다. 빈혈과 관련된 이 질병은 육류에 풍부한 철분·비타민B가 부족하면 발생한다. 이들은 “해당 유아가 젖을 떼고 식단을 바꾸는 과정에서 육류 섭취를 못 했거나, 육류를 제대로 먹지 못한 어머니의 젖에 의존하다가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북부의 게르만족, 켈트족 등이 즐기는 육식은 야만으로 간주 되기도 했지만, 로마 시대 상류층의 연회에서는 주로 돼지나 양, 닭, 오리 등의 고기를 먹었다. 그래서 유럽 지역에서 왕의 식단은 고기 일변도였다. 지금은 질병으로 치부되는 비만이 당시에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왕실과 귀족의 과시적인 육식 문화는 신흥 부르주아계급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유럽에서 일반 시민이 소고기를 맛보게 된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19세기 말 소고기가 대중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소 사육과 도축이 규모 있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에서는 옥수수가 대량 재배돼 그 주위에 소 사육지대가 형성됐다.

전 세계적으로 고기의 생산과 소비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61년 7136만t이던 전 세계 고기 생산량은 2013년 3억 1785만t으로 4.5배 늘었다. 이 기간 고기 소비량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급증했다. 중국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은 1961년 3.79㎏에서 2013년 61.82㎏으로 16배 이상 치솟았다. 미국은 88.65㎏에서 115.13㎏으로, 독일은 63.85㎏에서 85.94㎏으로, 영국은 63.85㎏에서 85.94㎏으로 1인당 고기 소비량은 모두 늘었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역시 1970년 1인당 고기 소비량이 5.2㎏에서 2016년 49.5㎏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현재의 증가률이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52㎏이 될 것이라고 한다.

소는 세계적으로 약 10억 마리가 사육되고, 한 해 3억 마리가 소비된다. 개발도상국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소고기 1㎏을 얻으려면 그 100배에 달하는 풀과 사료가 필요하다. 사료를 생산하거나 가축에게 먹이는 등의 용도로 쓰이는 물 4만 3000ℓ로 얻게 되는 소고기 양은 1kg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그만큼 소고기는 고비용이고,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육류 생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14.5%가 가축에서 유래한다. 육류 생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승용차, 트럭, 선박, 비행기 등 모든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총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육식 문화의 끝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고 있어서 대안 찾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201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육류 소비가 계속되면 가축 사육과 사료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토지가 2009년보다 42% 확대되고, 그로 인해 열대우림의 10%가 향후 3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세계 경작지의 33%가 가축 사료 재배에 사용되고 있다.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 방출 증가와 산림 개간 등으로 식량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2050년까지 80%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FAO는 축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고기 100g을 생산할 때마다 온실가스 105㎏이 나온다고 한다. 육류 소비가 늘어날수록 그 결과는 기후변화, 산림 파괴, 수질과 대기 오염, 물 부족 등으로 이어지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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