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부부(夫婦)
[경일춘추]부부(夫婦)
  • 경남일보
  • 승인 2022.12.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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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유금세월이라…, 금(金)처럼 흐르는 세월 마지막 이별 길에 울어줄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아마 부부가 정답이리라. ‘길 아래 돌부처 굶고 벗고 같이 서서 바람비 눈서리를 일 년 내내 맞을망정 평생에 이별이 없으니 그를 좋아하노라’ 시를 읽으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누구나 늙어가면서 문득 부부간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천 번의 그리움은 한 번의 사랑을 위해 있었고 그 첫 만남 때 우리는 온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희열을 느꼈고 정열이 샘솟았지만 오랜 부부관계에서 다툼이 생기고 결국 승자 없이 흠집만 남길 때가 많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나 자신은 고칠 게 없는지 살펴보는 성찰과 습정(習靜)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중국 왕사성에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하루는 남편이 아내에게 술을 부탁해 술 항아리를 열어보니 젊은 미인이 있는 게 아닌가? 화가 난 여인이 남편을 추궁하니 하도 억울해 술독을 들여다보니 적반하장으로 웬 젊은 남자가 있는 게 아닌가? 사정을 들은 길 가던 수행자가 독을 깨 버리자 술독 안의 미인과 미남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다. 수행자는 “허상에 속지 말라. 구름 속에 세상사 다 들었다 구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바람에 흩어지고 모든 부귀영화 권력도 죽으면 빈손이니 내면의 아름다움을 채워라”고 타이른다. 아무리 돈독한 부부 사랑도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이 말이 진실일까?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진정한 친구를 걸러낼 수 있듯이 눈에서 멀어지면 사랑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눈에서 멀어지고 만질 수 없을 때 위대한 사랑은 커지고 빈약한 사랑은 작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통장을 만들어 저축해야 한다. 괴로우나 외로울 때 꺼내 쓰기 위해서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잎은 자신이 사랑할 때 꽃이 되고 꽃은 자신이 섬길 때 열매가 된다”고 했다. 부부간에는 사랑하는 마음, 섬기는 마음이 제일이다. 청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고 강물은 굴곡을 탓하지 않듯 주먹 쥐고 왔다가 주먹 펴고 가는 인생!

구름 지나간 하늘 길에 흔적 없듯 그렇게 살며 사랑하다 우리가 왔던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사 아무리 힘들어도 풍이영동(風移影動) 구만소우(求滿召憂)라…, 바람이 그림자 흔들어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 돌부처처럼 서로 마주 보며 언제나 처음처럼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변치 않는 사랑으로 살다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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