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5)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5)
  • 경남일보
  • 승인 2022.12.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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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신간 ‘경남문학상 수상자 선집’ 발간에 주목한다(4)
이우걸 시조시인은 12회 수상자로 1946년 창녕 출생이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나와 중등학교 교사를 거쳐 밀양교육장을 지냈다.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1983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1989년 정운시조문학상, 1995년 중앙시조대상, 2000년 이호우시조문학상, 2003년 한국문학상, 2008년 가람시조문학상 등 우리나라 주요 시조상을 휩쓸었다.

이우걸의 등단과 관련한 주변 인사로는 김춘수(경북대 교수), 이영도(시조시인), 권기호(경북대 교수) 등이 있었다. 이우걸이 대학 2학년 때 시화전을 교내에서 열어 화제가 되었을 때 권기호 시인이 김춘수 교수에게 특청하여 작품 5편을 보이도록 했다. 그 직전 경북대학보 ‘복현문단’에 이우걸 시가 더러 실렸는데 그때마다 김춘수는 발표작에 대한 개별평을 했다. “이우걸의 시는 우리 복현문단의 자랑이며 그 비유나 이미지들이 시조의 형식을 넘어서 현대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요지의 평이었다. 권기호 시인의 권고대로 신작 5편을 김춘수 시인에게 보이자 김춘수 교수의 반응이 “글쎄 데뷔해도 될까…”라는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이우걸에게는 지금도 그때의 김춘수식 유보적 표명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그 전의 논평에 반하는 설명 안되는 태도가 지금도 불가사의한 것으로 남아 있다.

그 태도에서 느껴지던 불가해의 심정이 식기도 전에 그는 우리나라 주요 문예지에 투고를 했는데 당선이 되었다는 소식을 이영도 선생에게서 전해 들었다. 그 전언에 이어 이영도 시인은 본인이 그 당선을 취소하면 자기가 월간 ‘현대시학’에 추천을 다시 해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그 뒤 이영도는 다음해 1973년 2월호, 4월호, 10월호 3회에 걸쳐 ‘현대시학’에 추천을 해줌으로써 이우걸은 월간 ‘현대시학’ 최초의 시조작가로 얼굴을 보인 것이었다. 그 사이 경북대학교 시절 경쟁자였던 이동순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는 쾌거를 보이기도 했다. 경쟁자요 동문이라 ‘으쓱병’에 걸려 있던 시절의 이우걸 문청에게는 그것이 쾌거였지만 심리적으로는 경쟁 전선의 도전이 벽처럼 다가와 서는 것이었다.

이우걸이 시조를 쓴 데는 어머니 덕분이었다. 아버지가 1944년경 일제 징병에 나갔다가 광복 이후 되돌아나왔고 집안은 넉넉한 편은 아닌데 형제들은 8남매였다.어머니는 재취였고 전모에게서 4남매, 어머니 슬하에 4남매 이우걸은 일곱 번째였다. 어머니는 자주 일하면서 시가 같은 것을 외우고 담배를 태웠다. 회심곡, 사미인곡, 고시조 등 닥치는 대로 외우는데 어느새 이우걸도 따라 외우다가 성장해서는 종이에 적어서 어머니가 새로운 고전을 넓히도록 붓글씨로 써서 드렸다. 이우걸이 대학때 문학을 하게 되면서 장르의 선택에 좌고우면이 없었다. 그냥 자연스레 외우던 대부분의 시조가 앞메기 소리로 앞서서 나가고 있어서 고민 없이 시조에 적응했다..

이우걸은 이영도 선생이 대구 청구동 자택으로 내려오면 그쪽으로 가서 만나뵈었다. 하루는 청마와의 관계에 대해 이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그때 이영도 선생은 거두절미 “나는 죽어서 천당 갈거야…”하고 딱 부러지게 답했다. 사제지간, 그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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