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살기 좋은 곳이란?
[기고]살기 좋은 곳이란?
  • 경남일보
  • 승인 2022.12.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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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경상국립대 문화융복합학과 겸임교수(문학박사)·수의사
이경주 경상국립대 겸임교수(문학박사)·수의사


흔히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떠올리면, 역세권이란 단어가 생각날 것이다. 기차역이나 지하철역 근처에서 상업 및 업무 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곳을 뜻한다. 최근에는 이를 따라서 ‘마라세권’, ‘빵세권’ 등 주로 맛집 중심으로 살기 편리한 곳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부쩍 많아지고 있는 것이 ‘반려동물 동반’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구는 세 집에 하나 정도이며, 독신 세대가 열에 네 집이나 되기 때문에 반려동물은 이제 ‘애완’에서 ‘반려’로 변한 역사만큼 공고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갈 때도 동반 가능한지를 제일 우선으로 알아보고, 식당에도 동반이 가능한 곳만 검색해서 갈 정도로 관심과 애착이 높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대우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개들이 살아가기는 힘든 곳이다. 당장 태어나는 곳이 대부분 개 공장이라 일컬어지는 번식 전문 농장에서 ‘펫샵’으로, 그리고 보호자에게 구매되는 형태로 생명과의 인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순종과 근친 교배, 성대 제거 수술, 꼬리나 귀 자르기 수술 같은 개의 고유한 기능을 마비시키고,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까지 당하기도 한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살아있는 장난감 취급을 받다가, 보호자에게 애물단지 취급받으며 구박받다가 시골의 길거리에 버려지기가 일쑤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가히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갈수록 비혼과 결혼을 하더라도 한 자녀 가구의 비율이 높아져 가고 있다. 반면 노인층의 인구는 절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 마을에 혼자 또는 환갑을 지난 세대 수가 절반을 넘지 않은 시골 마을이 없을 지경이다. 결국, 그 빈자리를 반려동물이 대신하고 있다. 하루 내내 말 한마디 들어 줄 사람이 사라진 세상에 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반목이 존재한다.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다고 비반려인을 배려하지 않고, 불편을 주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반려인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가족으로 생활하고 있고,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생명체라는 것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려동물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입양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자꾸 ‘펫샵’ 같은 업자에게 비용을 주면 그 산업을 지탱하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근 도시 창원시의 유기견 보호소이자 개 입양처를 소개하면, 그곳은 농업기술센터 내에 있으며 축산과와는 주차장을 사이로 10~20m에 불과하다. 또한 담장을 사이로 4차선 도로와 사람들의 통행로가 있으며, 한쪽은 파티마 종합병원이 맞닿아 있다. 여기서는 항상 300~400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다. 냄새와 소음으로 민원이 잦고 원성이 자자해야 하는데, 막상 근무하는 공무원은 별로 보호소가 있는 것에 대해 체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종합병원에는 환자가 항상 입원해 있고, 외래환자가 많은데도 별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접근성이 좋아서 봉사자와 분양이 가장 잘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소위 ‘핫플레이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란 개들도 같이 살기 좋은 곳이며 그곳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곳이다. ‘펫 빌리지’라는 개 전용 놀이터는 주중에는 100여 명, 주말에는 300여 명이 넘게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이제 관련 시설도 공사 중에 있다. 바로 그 곳이 창원시 ‘반려동물 지원센터’이다. 바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살기 좋은 곳을 짓는 일이다. 진주에도 이런 명소가 빨리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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