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월드컵 축구 경기의 교훈
[경일포럼] 월드컵 축구 경기의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22.12.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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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아직도 월드컵 축구경기의 열광에 가슴이 설렌다. 우리나라는 16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월드컵 축구 경기를 밤을 지새워 가면서 왜 그렇게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가.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해 본다.

먼저, 월드컵 축구 경기는 한 나라의 명예를 걸고 치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강한 애국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가 그렇다. 즉, 국민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우리가 IMF로 힘들어 했을 때 US오픈 골프대회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하면서 우리 국민을 하나로 열광시켰던 박세리 선수나, 꼭 20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가 거둔 기적과 같은 4강으로 온 나라가 하나가 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겼을 때는 ‘같이’ 기뻐하고 졌을 때는 ‘같이’ 슬퍼하는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모든 경기의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모로코가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이길 확률이 겨우 16%로 예상했으나 모로코가 승리한 것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길 확률이 겨우 4%라고 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1로 이긴 것도 모두 예상을 깬 이변이라고 한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이기고,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것도 이변이라면 이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변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승리한 것에는 승리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을 것이고 패배한 것에는 패배할 이유가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이를 운(運)이라고 하지만 운(運)은 기(技)와 노력 없이는 결코 따르지 않는 법이다. 흔히 인생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운삼기칠(運三技七)이 더 맞는 말일지 모른다.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운명의 여신은 그냥 지나갈 따름이다. 따라서 어떤 경기이든 완전한 이변은 없다. 이길 경기는 이기게 돼 있고, 질 경기는 지게 돼 있다.

그리고 경기를 보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자세는 경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긴 이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진 이에게는 위로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의연하고 성숙한 사람의 마음 자세가 아닌가 한다.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죽을 힘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을 함부로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경기를 보면서 가져야 할 지혜로운 자세는 이겼을 때 그 기쁨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고 패했을 때는 떨어진 기분을 최소화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돌아가신 저의 은사께서는 경기 승부 중에 가장 좋은 승부는 무승부라고 하셨다. 그러나 승패를 결정지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우리의 삶도 운동 경기와 비슷한 것 같다. 살다 보면 바라는 바를 성취해 승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고 바라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패배할 때도 많다. 이겨서 자신의 바람을 성취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패배하고 실패했다고 실망하고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경기를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지고 있다가도 뒤에 뒤집는 경기도 수없이 많지 않던가.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승리도 많지 않던가. 그러나 그렇게 참고 받아 들인다는 게 쉽지 않다.

겨울 깊은 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새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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