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토종 ‘앉은키밀’을 소개합니다
[농업이야기] 토종 ‘앉은키밀’을 소개합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2.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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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농업기술원 내 시험포장은 벼 수확이 끝나고 짚 내음이 나더니 논갈이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어느새 초록색을 띠는 이쁜 보리싹들이 제법 올라오고 있다. 이즈음이 되면 밀도 파종을 한다. 밀은 점점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싹을 틔우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겨울을 넘긴다. 그러다 이듬해, 6월경이면 황금빛 물결을 펼치다 곧 수확된다.

밀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1만 5000년 전부터 재배됐고,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평안남도 대동군 미림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밀 유적이 발견되었다. 우리 밀은 최소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어 상당히 오랜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 토종 밀인 ‘앉은키밀’은 세계의 기아를 구제한 녹색 혁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앉은키밀에서 개량된 농림 10호와 멕시코 재래종이 교잡돼 다수확이 가능한 ‘소노라 64’ 품종이 탄생 되어 멕시코 밀 생산을 3배 증가시키는 등 인도, 파키스탄 등의 기아를 구제하는 데 이바지했다. 고려도경(高麗圖經)은 ‘고려엔 밀이 적어 화북지방에서 수입하고,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 잔치 때 먹는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에 이르러 국수가 서민 음식으로 바뀔 수 있었고, 희고 긴 모양 때문에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녔다. 1960년대 값싼 밀이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밀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우리 밀은 값싼 수입 밀에 밀려 생산과 소비가 감소했다.

이에 농업인과 소비자가 ‘우리 밀 살리기 운동’, 밀 연구 인력 강화 등을 주도해 우리 밀 생산을 확대하고 가치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 밀의 안전성과 면역·노화 억제 기능이 밝혀졌다. 밀은 알곡 상태로 이용되는 쌀이나 보리와는 달리 주로 빻아서 가루로 이용된다. 이는 밀이 타 곡류보다 분말화가 잘되고, 통곡 상태에서 분말화한 후 겉껍질인 밀기울과 배아(씨눈)의 분리가 쉬워 배유(씨젖) 부분만을 별도로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분류된다. 강력분은 글루텐, 단백질 함량이 높아 제빵용으로, 중력분은 글루텐, 단백질 함량이 중간 정도로 제면용과 다목적용으로 쓰이며, 글루텐과 단백질 함량이 낮은 박력분은 제과용으로 쓰인다.

‘앉은키밀’은 강력분과 중력분 중간 정도이다. 그러나, 단백질 함량이 낮아 제빵용으로는 부적합하고 제과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다. 음식 재료가 가진 고유특성을 부각할 수 있는 품목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 농산가공담당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토종밀인 ‘앉은키밀’에 대한 기능성 증진 가공품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앉은키밀’의 다양한 변신을 기대해주기를 바라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찾는 우리 먹거리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박여옥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산가공담당 지방농업연구사·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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