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경제지표와 통계의 중요성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경제지표와 통계의 중요성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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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Lies



“나는 종종 숫자에 현혹된다. 나 자신에 관계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디즈레일리의 명언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라는 말이 내게는 정당성과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자서전에 써서 유명해진 문구다. 마크 트웨인이 이 말의 원작자로 소개한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는 19세기 영국의 수상을 지내기도 한 정치인이었으며, 많은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통계를 사용해 거짓말을 할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은 통계 데이터가 잘못된 의도나 방법으로 수집되는 경우도 흔하지만, 신뢰할 만한 방법과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 통계일지라도 통계를 사악한 의도로 날조하거나 왜곡 해석해 진실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대럴 허프(Darrell Huff)는 1950년대 중반 ‘통계로 거짓말하는 법(How to lie with statistics)’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통계와 관련된 여러 거짓말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통계 자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잘못된 통계다. 두 번째는 통계는 진실이지만 사람들이 이를 교묘히 악용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수의학 박사이자 인류학·인간유전학 박사인 하인리히 창클(Heinrich Zankl)은 ‘과학의 사기꾼’에서 수학과 물리, 생물과 화학 등 28개의 과학 사기사건을 소개하며 ‘객관을 전제로 한 정확성’의 학문인 과학에 얼마나 다양한 위조와 속임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와 같은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히고 있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를 농락한 희대의 사기극도 적지 않다. 과학 분야에서 통계조작은 곧 ‘사기’와 같다. 객관성과 논리성이 결여된 통계처리나 해석은 물론, 위조, 변조, 표절 등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들이 사회과학분야에서는 만연돼 있는 실정이고, 자연과학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논문 조작은 생명윤리와 연구윤리 모두 저버린 희대의 국제 사기사건이었다. 황우석 교수가 유명세를 떨칠 때 마치 그거 하나로 한국이 돈방석에 앉기라도 할 것처럼 언론들도 호들갑을 떨었었다.

2003년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화학 전공자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가 피 한 방울로 25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를 창업한다. 제2의 스티브 잡스라고 부를 만큼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미국의 주요 투자자와 유명인이 앞 다퉈 투자를 하고 기업의 시장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까지 치솟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에 의해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회사의 가치는 순식간에 0달러로 떨어지고 홈즈 역시 허위, 과장된 주장을 통해 투자자를 속인 대규모 사기 혐의로 기소되고 기업은 2018년 청산 절차를 밟아 사라지고 만다.

한편 경제통계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량화한 수치자료로서 경제현상을 파악하고 경제 상황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경제통계는 각 산업분야나 지역별, 국가 차원의 경제상황을 한 눈에 보여주는 수치자료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경제상황이 전략적으로 잘 드러나는 통계를 경제지표라고 한다. 경제통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경제추이를 추적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계획과 전략,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 정보들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이전 정부에서의 경제통계와 지표들을 왜곡하거나 조작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서 매우 우려스럽고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통계 조작과 왜곡은 사기’인 차원을 넘어서 국정농단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어서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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