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아래 사람을 괴롭히면 위태로워진다
[경일춘추]아래 사람을 괴롭히면 위태로워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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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조간신문을 펼쳐 드니 힘 있는 사람들의 갑질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요즘 걸핏하면 상사가 직원들을 꿇어 앉힌 뒤 인격을 말살하는 언어폭력을 해댄다. 심지어는 몽둥이로 패고도 돈으로 계산해 준단다.

노나라 정공이 안연에게 말을 잘 다루는 ‘동야필’의 평을 부탁했다. 그러자 안연은 동야필이 말을 잘 다루지만 곧 그가 기르는 말들은 도망갈 것이라 단언한다. 정공은 마음 속으로 ‘군자가 남을 비방하다니…’ 하며 언짢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말들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접한다. 놀란 정공은 안연에게 말들이 도망갈 걸 어찌 알았소? 하니 안연은 “새를 괴롭히면 쪼고 짐승은 할키고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거짓말로 속이는 것을 먼저한다. 동야필은 재갈을 채우고 고삐를 꽉 조여 최악의 상태로 괴롭히니 도망가지 않을수 있겠는가”하며 되묻는다. 자꾸 아래 사람을 괴롭히면 자기가 먼저 위태해진다는 말이다.

사람 얼굴의 눈, 코, 입이 모두 자기 역할을 자랑하다 문득 눈썹을 보며 “재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어째서 우리 위에 있는 거지?” 그러자 눈썹이 뒤통수를 긁으며 미안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내가 너희들 밑에 있다고 생각해봐! 얼굴 꼴이 뭐가 되겠니?”

이 세상은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원활해지고 살맛이 난다. 하는 일 없어 보이는 눈썹도 제자리를 지켜야 얼굴이 얼굴다워진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존재와 역할, 능력을 인정할 때 세상이 세상다워지고 인간이 인간다워진다.

제나라의 맹상군도 진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남들이 비난하는 도둑질 잘하는 자와 닭울음소리 잘 내는 자를 데려갔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이미 진소왕께 바친 여우 백 마리의 겨드랑이털로 만든 조끼를 다시 훔쳐 애첩한테 상납하고 닭울음소리로 새벽 성문을 일찍 열게 해 목숨을 구한 계명구도의 고사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어릴 적 손바닥 맞으며 외우던 국민교육헌장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자’는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성녀 테레사 수녀는 “얼마나 많이 주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 얼마만큼의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나가 중요하다”고 말한 그녀 말이 새삼 그리워진다. 자장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통달했다고 할 수 있나요”묻자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상대의 표정까지 살피며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 한다. 아, 진정 이 시대는 통달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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