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거창사건 소멸시효 없다’,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
[기자의 시각]‘거창사건 소멸시효 없다’,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
  • 이용구
  • 승인 2022.12.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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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기자

 

거창양민집단학살 사건이 ‘소멸시효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희생자 유족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하급심인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거창사건’은 1951년 2월 9일부터 2월 11일까지 신원면 일대에서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이 양민 719명을 집단 학살해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기록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96년 1월 제정된 특별조치법(거창사건법)에 따라 사망자나 유족 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가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거창사건을 국가기관이 저지른 반인륜적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소멸시효를 내세워 배상 책임을 부인한 것은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 당시 군인들이 무고한 양민을 불법적으로 학살한 사실이 명백한 데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피해회복 조치를 회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대법원의 명시다. 이번 판결은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로서 유족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희생자 명예 회복은 물론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까지 실질적으로 배상하는 것만이 부끄러운 과거사를 정리하는 길이다. 이번 판결이 희생자 명예 회복을 지향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 배상금 등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계류돼 있다. 거창사건 유족측은 2017년부터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 임기마다 애를 쓰고 있지만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배상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유족측은 “정치권이 거창사건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실제 지금껏 지역 국회의원들과 여의도 정치권은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다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다행히도 이번 국회 임기에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여서 유족측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거창사건 희생자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되는 것이다. 특별법이 제정돼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공권력의 잘못으로 생긴 아픈 역사의 책임도 국가가 져야하는 것이 마땅하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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