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반려식물 다육이
[경일춘추]반려식물 다육이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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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시선(sysun)파트너즈·컨설턴트)
김미경


나는 식물을 잘 못 키운다. 사람들은 ‘저절로 크는 게 식물’ 이라고 하던데 내가 지금까지 키웠던 대부분 식물은 죽어버렸다. 오죽했으면 ‘식물 사냥꾼’이란 별명이 생겼을까. 그런데 다육이는 정성이 조금만 있으면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스스로 크는 식물인 것 같다.

다육이는 ‘다육식물’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다육(多肉)’은 한자 많을다(多), 고기육(肉), 즉 식물의 잎이나 줄기에 살이 많다는 의미다. 다육이는 잎이나 줄기 속에 수분을 많이 갖고 있으므로 겨울에는 얼지 않게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겨울이 시작되면 스티로폼 상자나 두꺼운 종이 상자에 다육이들을 차곡차곡 담아서 이사할 준비를 한다. 다육이는 종류에 따라 영하의 날씨에는 베란다와 실내에서 겨울나기를 한다.

내가 키우고 있는 다육이들은 친구가 분양해 준 것, 여행 중에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사 온 것, 선물 받은 것들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가장 애정을 많이 쏟는 다육이는 사업이 번창하길 바란다면서 지인에게서 개업 선물로 받은 것이다. 아침마다 그들의 상태를 먼저 보고 ‘안녕’을 확인한다. 출장으로 며칠 동안 사무실을 비울 때는 다육이들 걱정이 앞선다. 어느새 자녀들에게 쏟았던 정성들이 다육이에게로 옮겨 간 것 같다.

다육이는 이제 나의 반려식물이다. 다육이는 희망적이면서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제와 오늘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내가 하는 일들도 내 마음먹은 대로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혼자 웃게 된다.

자매들과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 중 펜션에서 숙박하게 됐다. 마침 펜션 주인은 다육이를 많이 키우고 있었다. 주인이 다육이 잎을 뜯어주면서 육지 가서 키워보라고 했다. 그냥 어디든지 툭 던져놨는데 어느 날 보면 아주 작은 잎을 피워내고 있는걸 보게 된단다. 다육이가 실낱같은 뿌리를 내리고 잎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커가는 걸 보면서 어머니를 떠 올리게 된단다. 어머니 역시 자식을 위해서 모든 걸 다 내어주고 떠나는 것처럼…. 이처럼 다육이도 자기를 다 말려버린 후에야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렇게 태어난 자식들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다육이를 나 같은 사람도 잘 키울 수 있었던 이유가 자기 스스로 태생적으로 강인함을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시선은 나에게로 옮겨진다. 부모인 나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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