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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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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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진주 이현동골목문화제 ‘두 고개 이야기’ 출간(1)
진주는 국제 축제의 도시이다. 거기에 맞게 올해 처음으로 동 단위 문화제가 열렸는데 진주의 서쪽 숙호산을 껴안고 있는 이현동이 그 화제의 동이다. 문화제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것이 동네문화제이다. 이 문화제는 미술과 문학을 바탕으로 개최됐는데 초·중·고·대학과 일반부 동네 배경의 그림과 문학작품을 공모했고 진주미술인과 문인들이 협찬해 동네 예술잔치가 됐다. 12월 22일부터 연말까지 진양호 무지개동산에서 작품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현동에서는 이를 표현하는 ‘두 고개 이야기’를 출간했는데 그 이야기에는 작품의 우수성도 있거니와 이현동의 배경과 전설과 역사를 품는 문학과 회화 작품들이 돋보였다. 조규일 시장은 인사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저는 나불천에 오면 유명한 프랑스의 화가 모네의 명작 ‘수련’이 생각납니다. 둥근 다리가 있고 주변에 수양버들과 꽃들이 우거져 있으며 물 위에는 수련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림이지요. 이현동이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나불천에 다리가 줄 서 있고 아름다운 꽃나무와 꽃그늘 터널이 있어 조금만 잘 빚으면 멋진 명화가 태어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어산 시인의 ‘이현동 연가’가 눈에 바로 들어온다.

“내 평생 닿은 곳 당신이더라// 산청 지나 진주 어귀/나불천 둑방이 바라보이는 곳// 서장대로 창렬로/ 나라 구한 큰 성(城)으로 가는 길// 석장승 증언을 토기에 담아/ 마지막 예인이 덩더쿵/ 구음으로 춤을 추는데/ 손끝마다 발끝마다 들리는 함성// 조선의 심장 다시 뛰었던/ 경의도 충절도 빗돌에 새겨져/ 석류꽃 피어나듯/ 진주정신 시작되는//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오는/ 땀에 젖은 내 신발 벗어놓을 곳/ 진주의 시작, 내 사랑 기다리는/ 뜨거운 가슴 버선발로 반겨주는”

이어산 시인은 이현동을 ‘내 평생 닿은 곳’이라 하고 진주정신이 시작되는, 돌고 돌아 다시와도 시작이라는 이현동을 노래하고 있다. 진주 안에서 이현동의 의미이기도 하고 전국 안에서 진주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 아주 스케일이 큰 시라 아니할 수 없다.

박우담의 ‘이현동’은 이현동을 사랑하는 곳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물 도랑에/ 책갈피로 꽂혀 있던/ 시어(詩魚)를 / 고무신으로 담았지/ 도랑이 좁아 보일 때 내 눈은/ 서부도서관에 오래 머물렀네/ 운율과 상징과 수사를/ 훑다가 고무신처럼/ 어설픈 시어도 담아 보았네/ 서부도서관이 있는/ 이현동의 정경은/ 아직, 내 눈빛 속에/ 꽂혀 있네“

박우담은 만물도랑에 있는 물고기를 시의 낱말로 보면서 고무신에 담았다고 한다. 도랑이 어느새 작아 보이자 서부도서관에 가서 시 속에 노닐 낱말을 상상의 고무신에다 담아온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만물도랑에서 고기 잡던 일을 성장하여 시에 낚아올리는 시어로 오버랩시키는 것이 새롭다.

박 시인은 20여년 서부도서관에 주말마다 가서 한국의 시를 찾아내고 거기서 자기의 고기를 잡아내는 데 열중했다. 그러니 만물도랑과 서부도서관을 동렬에 놓고 살았던 셈이다. 다음에는 이종만, 김성진, 이미화 등의 시가 줄줄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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