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천왕봉]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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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묵은 달력 걷으며 열두 달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뜻 깊은 일 하나 쌓은 것 없는 한해군요. 자신이건 타인을 위해서건 무엇 하나 내세울 일 못 지은 삼백예순닷새. 주변을 기쁘게 하고 돕는 일이라곤 하나도 한 게 없습니다. 마음 따습은 일 베푼 바 한번 없으니 미안하고 참담합니다. 올해도 값어치 없는 기억들만 머릿속에 켜켜이 포갰습니다.

▶아무것도 못 이루고 세모의 놀 앞에 선 자신이 얄밉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탄식만 남기는 해넘이가 허허롭습니다. 애초 거창한 일 다짐하진 않았습니다. 이웃을 위해 작으나마 봉사 하리란 포부도 없었습니다. 그저 나 하나 주변에 짐되지 않으면 했습니다. 하나 그마저도 쉬운 게 아닌가 봅니다. 여럿에게 마음의 짐이 되고 감사해 할 일만 참 많은 해였습니다.

▶굳이 들자면 우리네에게 내세울 게 통 없기야 하겠습니까. 코로나 그 숱한 확진자 길 용케 피한 행운은 한껏 긴장하고 조심한 보람이겠지요. 아직 사태가 끝나진 않았지만, 그동안 무사한 것도 값진 일 아니냐고 자위할 만하겠습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안 아프면 또 그런 대로 그만해도 어디냐고 스스로 추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미 쳇바퀴 돌 듯한 일이지만, 새해 계획 새로이 짜야지요. 무엇보다 또 한해 살아내야 합니다. 작은 약속 안 어기고 이미 저지른 잘못 되풀이 않기를 심중에 다져두렵니다. 이제 새 달력을 걸어야겠습니다. 낡은 것 버리고 새것 펼쳐야 할(除舊布新) 시간입니다. 지는 해는 제가 보낼게요. 천왕봉 독자님은 영롱한 새해 맞으십시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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