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재해 우려지역 미리 관리해야
[경일포럼]재해 우려지역 미리 관리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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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 교수, 시인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며칠 지나지도 않은 지난해 미국의 크리스마스에는 기록적 한파와 맹렬한 눈 폭풍으로 최소 22명이 숨졌고, 최대 18만 가구와 기업이 악천후로 인한 정전을 겪으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시애틀부터 동부 뉴욕, 남부 멕시코 국경에 이르기까지 미국 인구의 70%인 2억 4000만 명이 사는 지역에 비상사태 등 각종 기상경보가 발령됐다. 뉴욕의 경우 체감 기온이 영하 30도에 육박하고, 뉴욕 맨해튼에서는 지난해 23일 오전 기온이 12도였다가 단 두어 시간 만에 영하 12도로 급전직하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외출했던 시민들이 파랗게 질리는 건 당연했다. 우리나라도 그 시기에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축사 붕괴 등 피해가 속출했다. 광주광역시에는 사흘간 누적 적설량이 40㎝에 달했고,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폭설로 전국적으로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시설물 붕괴 피해가 380건 발생했다. 전라북도 순창군에서는 3일간 67.7㎝의 눈이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겨울에 전 세계적으로 폭설과 한파로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전례 없는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고, 산사태가 났는데, 이 역시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였다. 유럽은 폭서로 낮 기온이 43도를 넘어갔고, 가뭄이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재난은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예방해야 하는데, 그 예방이라는 것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 이런 이상기후가 발생해 재난으로 연결되는가를 알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예방 차원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금은 한겨울이다. 그렇기에 눈이 많이 내릴 것이고, 내린 많은 눈은 얼거나 기온 변동으로 인해 녹게 되고, 이로 인해 눈 내린 곳의 하부 땅은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될 것이다. 겨우내 동결융해침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동결융해침식이란, 토양온도가 영하로 떨어져 동결됐다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녹았다가 다시 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비탈면의 토양이 서서히 흘러내리는데, 어느 순간 녹은 토양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하부에 가옥이나 건물이 있으면 피해가 발생하는데 주로 건물을 짓거나 하기 위해 절취한 비탈면에서 발생한다. 겨울 동안 진행됐다가 눈에 보이는 피해는 봄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축대나 복구하지 않은 비탈면, 경사가 급한 훼손지, 토양으로 노출된 경사지가 그 대상지다. 특히 과거로부터 땅밀림이 발생해 인장균열이 발생한 곳, 산사태취약지역 등이 특히 위험한 지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 대해서는 겨울기간이라도 복구를 조속히 수행하거나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해는 예고하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 강우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겨울에도 폭설이 강우를 대신해 내리지만, 그 양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 먼저 피해 발생이 가능한 지역을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꾸려 사전 조사해 응급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한겨울에 동결융해침식 등 봄에 발생 가능한 지역에 대해서는 사전 조사를 통해 재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있어 재앙이다. 여름이면 폭서, 집중호우와 가뭄에 시달리고, 겨울이면 폭설과 산불로 괴롭다. 또 봄이면 동결융해침식으로 인한 붕괴도 무시 못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 이상기후 문제다. 예측할 수 있으면 대처도 빠르겠지만, 예측이 안 되니 예방조치를 더 탄탄히 해야 한다. 봄의 동결융해침식으로 축대가 무너지고, 비탈면이 붕괴되는 것은 지금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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