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며칠 지나지도 않은 지난해 미국의 크리스마스에는 기록적 한파와 맹렬한 눈 폭풍으로 최소 22명이 숨졌고, 최대 18만 가구와 기업이 악천후로 인한 정전을 겪으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시애틀부터 동부 뉴욕, 남부 멕시코 국경에 이르기까지 미국 인구의 70%인 2억 4000만 명이 사는 지역에 비상사태 등 각종 기상경보가 발령됐다. 뉴욕의 경우 체감 기온이 영하 30도에 육박하고, 뉴욕 맨해튼에서는 지난해 23일 오전 기온이 12도였다가 단 두어 시간 만에 영하 12도로 급전직하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외출했던 시민들이 파랗게 질리는 건 당연했다. 우리나라도 그 시기에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축사 붕괴 등 피해가 속출했다. 광주광역시에는 사흘간 누적 적설량이 40㎝에 달했고,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폭설로 전국적으로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시설물 붕괴 피해가 380건 발생했다. 전라북도 순창군에서는 3일간 67.7㎝의 눈이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겨울에 전 세계적으로 폭설과 한파로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전례 없는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고, 산사태가 났는데, 이 역시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였다. 유럽은 폭서로 낮 기온이 43도를 넘어갔고, 가뭄이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재난은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예방해야 하는데, 그 예방이라는 것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 이런 이상기후가 발생해 재난으로 연결되는가를 알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예방 차원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 강우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겨울에도 폭설이 강우를 대신해 내리지만, 그 양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 먼저 피해 발생이 가능한 지역을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꾸려 사전 조사해 응급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한겨울에 동결융해침식 등 봄에 발생 가능한 지역에 대해서는 사전 조사를 통해 재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있어 재앙이다. 여름이면 폭서, 집중호우와 가뭄에 시달리고, 겨울이면 폭설과 산불로 괴롭다. 또 봄이면 동결융해침식으로 인한 붕괴도 무시 못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 이상기후 문제다. 예측할 수 있으면 대처도 빠르겠지만, 예측이 안 되니 예방조치를 더 탄탄히 해야 한다. 봄의 동결융해침식으로 축대가 무너지고, 비탈면이 붕괴되는 것은 지금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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