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새 해맞이와 아침맞이
[경일춘추]새 해맞이와 아침맞이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2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진희 갈전초등학교 교장
변진희 갈전초등학교 교장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첫해를 보려고 지리산이며 남해 금산이며 높은 산 정상을 비롯해, 거제 통영 등 바닷가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365일 매일 떠오르는 해이지만 새해 첫날의 해는 더 장엄하고 더 붉고 찬란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이 찬란한 해를 바라보며 간절함을 담아서 무사 안녕, 소원과 소망을 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가득 생기기를 빕니다….’

10년 전인가부터 초등학교 교문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학교장이 일찍 출근해 교문에서 어린이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교직 경력 40년이 돼가는 내게, 이런 상황은 한 때 좀 낯설고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교장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문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고 판단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 내에 있는 초대형 학교에서의 등굣길 어린이들에 대한 아침맞이는 보통 일이 아니긴 하다. 등교시간이 되면 한꺼번에 많은 어린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더욱이 요즘은 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9월 부임 후 한 달간 아침맞이는 참 어색했다. 먼저 아이들을 향해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손 흔들고…, 눈이 마주친 등굣길 아이들과 바래다주는 학부모도 어찌할 바 몰라 겸연쩍어 했다.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도 “수고 많다”며 인사를 해 주셨다. 우리 학교 주변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성가시게만 여겨졌던 아침맞이는 새로운 등교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안색을 살피고, 학교 안팎의 안전을 점검하고, 학부모님들과도 소통이 원활해졌다. 우리 학교는 정문과 서문이 있다. 그래서 배움터 지킴이 어르신과 함께, 늦잠 잔 아이들의 등교도 기다려 준다. 며칠 전 영하의 날씨로 추웠다. 그때 어떤 아이가 주머니 손난로를 내게 살짝 쥐어주고 총총히 걸어갔다. 아침맞이가 준 새해 선물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파가 몰려오던 어느 날 교감선생님이 ‘학교장 혼자서 하기에는 버거운 일’ 이라며 ‘교감뿐 아니라 담임을 하지 않는 교무부장까지 품을 내겠다’고 했다. 서문의 골목길 매서운 바람이 훈풍으로 느껴질 만큼 감사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혼자가 아닌 모든 교직원이 계묘년 365일의 아침을 새해맞이 각오로 아이들을 맞이할 생각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하는 것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