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한국만 가진 토종식물과 구상나무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한국만 가진 토종식물과 구상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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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식물은 몇 종류나 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28만여 가지쯤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식물들은 기후나 토양 등의 자연환경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곳을 골라서 살아가기 때문에 서식하는 장소나 지역마다 고유한 종류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 일정한 지역에만 자라는 식물을 그 지역의 고유식물(endemic plant) 또는 특산식물이라 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은 특산 속 6개를 비롯해 특산종이 400여 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식물자원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희귀한 것이 대부분이다.

식물들 가운데 넓은 지역에 걸쳐서 살아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매우 한정된 지역에만 국한되어 분포하는 것들도 있다.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는 종은 여러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것이기에 그 숫자가 많은 편이고, 국한된 지역에만 서식하는 종은 그 지역의 특별한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있기에 숫자도 적은 것이 보통이다. 한라산 고지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바늘엉겅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10월에 푸른 보라색으로 피는 초롱 모양의 금강초롱꽃과 설악산과 금강산 일대의 높은 산 바위 지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5-7월에 피는 산솜다리(에델바이스)도 한국의 특산식물이다. 숲속에서 자라는 떨기나무로 남한에서는 강원도 양구와 인제, 북한에서는 평안도와 함경도 자라며, 꽃은 5월에 피는 개느삼과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떨기나무인 미선나무, 그리고 동강을 비롯한 강원도 석회암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비교적 근래에 발견된 동강할미꽃도 한국 특산식물이다.

특산식물이 만들어지기 쉬운 특별한 환경으로는 겨울이 짧고 기온이 낮은 높은 산, 바다로 둘러싸인 섬 등을 꼽을 수 있다. 남한에서는 설악산에 가장 많은 특산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약 65종류의 특산식물이 발견된다. 한라산에는 50여 종류가 자라고 있고, 울릉도에는 40여 종류가 자라고 있다. 한라산은 따뜻한 남쪽 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높이가 1950m나 되는 정상 부근은 북부지방처럼 추운 기온을 나타내는 곳으로, 한라산 특산식물의 90% 이상이 한라산 해발 1000m 이상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한라산에서 서식하는 나무 가운데, ‘살아 100년 죽어 100년’이라 수식어가 붙여진 구상나무는 한라산 특산식물이다. 구상나무의 학명은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영국 출신 식물학자 어네스트 헨리 윌슨이 1917년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에 걸쳐 제주도를 탐사하며 구상나무를 처음 채집해 한국과 자신의 이름을 합성해 이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후 1920년 미국이 하버드대학교 부설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 1호에 구상나무와 관련하여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는 특산식물이라는 점의 특징을 기술하며 세상에 알렸다.

구상이라는 이름은 제주어의 ‘쿠살’에서 비롯된 것이라 전해지는데, 쿠살이란 성게를 이르는 말로, 구상나무의 잎이 성게의 가시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구상나무는 한자명으로는 제주백회(濟州白檜), 제주백단(濟州白檀)이라고 불린다. ‘살아 100년 죽어 100년’이라는 수식어는 100년 수명의 구상나무가 죽어서도 고산지대의 고사목이 돼 100년을 버틴다는 얘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구상나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환경 변화로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 적설량 부족에 잦은 태풍, 집중호우 등의 기상이변이 구상나무 숲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구상나무는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100년 이내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해발 1500~1600m 구간에서 15%나 죽었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이미 2013년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위기종으로 지정됐었다. 1998년에 위기근접종 지정에서 15년 만에 2단계 상향 조정된 것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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